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KAL 빌딩을 자회사 대한항공에 매각한다. 이를 두고 조원태 회장의 그룹 경영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이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소재한 KAL 빌딩과 대지 일부를 대한항공에 매각한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처분금액은 2642억2952만원이며, 자산총액 대비 6.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진칼은 처분 목적에 대해 유동자금 확보라고 밝혔다.

1984년 완공된 KAL 빌딩은 대한항공이 1997년 서울 강서구 공항동으로 본사를 이전하기 전까지 10여 년간 본사로 사용됐다. 2013년 한진칼이 인적분할로 떨어져 나가면서 소유권도 넘어갔다.

한진칼이 설명한 '유동자금 확보'라는 매각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진칼의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33.5%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편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기간 한진칼의 유동비율은 42.18%로 통상 적정한 것으로 보는 200% 이상에 훨씬 못 미친다.

한진칼은 내년 1분기까지 1040억에 달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다음달 13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 1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가 만기 될 예정이며, 오는 11월에는 총 28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가 만기 된다. 2024년 3월 만기 되는 530억원 규묘 공모 회사채도 있다. 이는 한진칼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인 1764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

일각에선 한진칼이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그룹사 지배력 강화에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그룹 내 물류기업인 한진의 경우 현재 최대주주 한진칼의 지분율이 24.16% 수준이다. 2대 주주인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이 8.79%에 달해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또,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인수가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이 가진 한진칼 지분 10.58%를 처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진칼은 2020년 경영난을 겪고 있었으나, 산업은행이 2020년 말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5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지분 10.66%(706만2146주)를 보유하게 됐다. 조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위기에서 벗어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참여하게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렬될 경우 산업은행이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회생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전초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