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4분의 1토막 났던 LG생활건강 주가가 8월 들어 15% 넘게 상승했다. 중국이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6년여 만에 중국인 관광객(유커)에게 한국 여행을 전면 허용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주가는 이정애 대표가 취임한 2023년 3월 28일 58만8000원에서 지난 14일 49만5000원으로 15.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3만2300원에서 13만1600원으로 0.53% 하락했다.

LG생활건강 실적은 코로나 19와 함께 반 토막 났다. 2021년까지 1조원이 넘던 분기별 매출은 2022년부터 6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나갔다.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8.5%, 24.9% 쪼그라든 7805억, 1578억원이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2001년 엘지화학에서 분사한 뒤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실적 하락 원인은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면세 채널 매출 급감이 꼽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률은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실적 하락이 K-뷰티 인기 하락과 더불어 브랜딩 구축 실패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글로벌 브랜드가 하이엔드(최고 품질)를 차지하고 로컬브랜드가 매스시장(대중 시장)을 점령하는 양극화 시장에서 '후', '오휘', '숨' 등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는 어정쩡한 위치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다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정애 신임 대표는 취임 이후 북미 시장을 겨냥해 '빌리프'와 '더페이스샵'에서 현지 맞춤 제품을 출시했다.

회사의 올 2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지만, 아직 전체 해외 매출 비중에서 북미 매출은 8%대다. 지난 몇 년간 인수합병 등에 6000억원을 투자한 데 비해 아쉽다는 평이다.

이정애 대표는 올해 3월 LG생활건강의 지휘봉을 잡았다. 공채 신입사원 출신의 첫 여성 임원이자 첫 여성 부사장, 1호 여성 사장이다.

17년간 지속적 매출 경신의 신화를 쓴 차석용 전 대표가 코로나 19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내려온 뒤, LG생활건강의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취임했다.

취임 후 첫 분기인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9% 감소했지만, 매출은 2.4% 증가(1조6450억원)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이 대표가 취임 직전까지 부장을 맡았던 음료 사업 부문 매출이 7% 늘며 매출을 견인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과 북미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시장인 북미 시장은 다양한 인종과 세계 각국 브랜드들의 각축장으로 중국 시장보다 개척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이 대표는 스타벅스·아마존 출신의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해 북미 지역 사업의 역량을 강화했다.

이 대표는 2023년 신년사에서 "시장과 고객의 큰 흐름에 부합하는지, 향후 5년이나 10년 후에도 고객들이 계속 찾는 브랜드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 확대를 지속하고 강화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