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KB금융지주를 이끈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를 포스트 회장 후보 6인이 발표됐다. 내부 후보로는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에 박정림 부문장 등 4인이 포함됐다. 여기에 익명의 외부 후보 2인이 더해져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은 지난 8일 올해 11월 임기를 끝으로 용퇴를 공표했다. 이어 같은 날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6명의 '숏리스트(후보군)'를 발표했다.

회추위는 오는 29일 숏리스트 후보 중 최종 후보에 올라갈 3명을 확정하고, 이후 인터뷰와 심층 평가·투표를 거쳐 내달 8일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임한다.

KB금융은 수년간 자체 경영승계 시스템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회장 후보자를 관리·육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회장 3인이 나란히 숏리스트에 올랐다.

◆ 내부인사 4인

양종희 부회장은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전 일등공신으로 불리는 '전략통'이다. KB금융이 2021년 1월 부회장직을 신설한 이래 첫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1989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2010년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당시 지주 부사장이었던 윤 회장과 합을 맞추며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양 부회장은 LIG손해보험 인수 실사의 총괄 지휘를 맡아 인수 경쟁에서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KB금융은 2015년 6월 최초 계약금액 6850억원에서 400억원 저렴한 6450억에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다. 이듬해 양 부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올라 2016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3연임에 성공했다.

허인 부회장은 숏리스트 후보 가운데 유일한 KB국민은행장 출신이다. 역대 KB금융 회장들이 모두 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이기도 하다. 1999년 국민은행에 합병된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2017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년간 은행장을 맡았다. 국민은행 역사상 첫 장기신용은행 출신 은행장이자, 첫 3연임 은행장이다. 행장 시절 신한은행에 뺏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으며,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 '프라삭',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등 해외 M&A(인수·합병) 성공 이력도 주목받는다.

이동철 부회장은 부회장 3인 중 글로벌 역량이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1990년 첫 이력을 KB에서 시작한 '정통 KB맨'으로 '행원 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린다. 2000년 주택은행 합병과 2003년 인도네시아 BII은행 인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 등 KB금융의 굵직한 M&A(인수·합병)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2004년 KB국민은행 뉴용지점장으로 2년간 근무해 KB금융의 글로벌 비전 적임자라는 평을 받는다. 이 부회장은 이후 2015년 KB생명보험 경영관리 부사장을 맡아 비은행권까지 두루 섭렵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받은 후보다. 윤 회장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은행과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외국계 은행(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국회의원 비서관(당시 정몽준 국회의원),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삼성화재 등 이력이 다양하다. 2004년 KB국민은행에 합류해 10년 만에 KB국민은행 역대 두 번째 여성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2019년 KB증권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해 4년 넘게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보수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국내 금융사들의 여성 임원 배출의 '유리 천장'을 뚫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외부인사 2인

회추위는 차기 수장의 선정 과정을 공개하면서 외부인사의 경우 요청 시 익명으로 하겠다는 조항을 넣었다.

익명의 두 후보 역시 금융권 인사로 회추위가 내세운 기본 자질 요건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가 공개한 5대 회장 자격 요건은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 노력 등이다.

익명의 두 후보를 두고 업계는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 인사나 이번 정권을 도운 금융권 보은 인사라는 소문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외부인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KB금융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 또한 소문의 기폭제가 됐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청라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기자들에게 "KB금융이 공표하고 진행 중인 프로세스는 외향 면에서 보면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KB금융의 숏리스트 6명 중 마련된 절차를 걸쳐 선임된다면 기본적인 자질이나 경험은 다 갖춘 분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후보 6인, 복병 넘을까..KB국민은행 부당이득부터 라임사태까지

쟁쟁한 후보 6인 앞에 복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KB국민은행 부당이득 수취 사고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당이득 조사 관련 문제점이 후보와 닿아있을 경우 회장 취임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내 증권업무를 대행하는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 등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정보공개 전 대상 종목 주식을 매수했다. 이들은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자 대상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총 약 66억원 규모의 매매이득을 얻었다. 은행 내 타부서 동료직원, 가족, 친지, 지인 등 정보 수령자의 매매이득까지 합치면 총 127억원 규모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와 별도로 KB국민은행에 대해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현장검사를 해 은행 내부통제시스템의 적정 여부도 점검한 결과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증권대행부서 내 고객사 내부정보 취득 및 관리 등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해당 직원들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의 긴급조치(Fast track)를 거쳐 검찰에 통보한 상태다. 자본시장조국에서 검사를 마치는 대로 은행검사1국을 통해 KB국민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정림 KB증권 대표 개인의 리스크도 있다. 박 대표는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사건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채 후보에 올랐다.

지난 2020년 금융감독원은 라임 사태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박 대표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에서 내려진 징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임직원 제재는 주의·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요구 등 순서로 중징계가 내려진다. 임직원은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자격이 제한돼 회장 도전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특정 후보와 관련한 입장은 후보 간 공정성을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