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예비 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독일 국적 세계적 선사 하팍로이드가 HMM의 매각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트(Hapag-Lloyd AG)가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인수 의지를 내비쳤던 SM과 글로벌세아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5위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도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하팍로이드는 현재 18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상당 운송능력을 보유 중이다. HMM은 82만TEU 수준이기 때문에 HMM 인수 시 세계 3위권 해운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존 LX, 하림, 동원 등 중견기업의 경쟁 양상에서 하팍로이드가 가세하면서 HMM의 소액주주들은 반기는 모양새다. HMM 소액주주들의 모임인 네이버 카페 HMM 소액주주연대에서는 하팍로이드의 인수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LX, 하림, 동원은 HMM보다 몸집이 확연히 작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기 때문이다.

HMM은 공정 자산 규모가 25조8천억원으로 재계 순위 19위에 달한다. 하림은 17조910억원으로 27위, LX는 11조2730억원으로 44위, 동원은 8조9050억원으로 54위 수준이다.​ 반면, 하팍로이드의 지난해 기준 현금잉여성 자산은 150억유로(약 21조85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기업 입장에선 HMM 인수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기회지만, 인수대금 마련도 벅찬 중견기업이 HMM을 인수했을 경우 HMM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금 확보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HMM은 지난해 중장기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선박·물류 시설 등에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HMM 인수자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계 1, 2위 해운업체인 MSC, 머스크로 구성된 '2M 얼라이언스가' 오는 2025년 1월 공식 해체를 예고하면서 해운사간 운임 할인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M 얼라이언스는 지난 2015년 결성 후 전 세계 해상 화물의 40%를 관리해 왔다. 2008년 이후 오랜 기간 지속된 해운 업황 침체에도 HMM은 MSC, 머스크의 동맹 효과로 비용 절감을 누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또, 머스크는 올해 컨테이너 수요가 최대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 컨테이너선 발주 러시에 따른 선복량 증가로 운임 '치킨게임'이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HMM 소액주주연대 카페에서 소액주주 A씨는 "중견기업이 HMM 인수에 뛰어든 이유는 1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노린 탓이다. HMM의 중견기업에 인수될 경우 해운업 치킨게임에서 버틸 가능성이 낮다. 차라리 독일 회사에 매각되는 게 나라의 안정된 해운업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HMM의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하 항사모)가 이날 성명서를 내고 HMM의 해외 선사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

항사모는 "어떤 해외 선사에도 매각을 절대 반대한다. 또한 HMM의 10조원이 넘는 이익유보금이 인수전 흥행을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돼선 더욱 안 된다. 또한 매각주체인 정부가 투자금 회수를 최대 목표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FI)에 HMM을 매각하면 곳간 현금 빼가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HMM이 외국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HMM은 한진해운이 파산 후 남은 유일한 국적 선사다. HMM이 해외자본으로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자금을 지원해 온 바 있다. ​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HMM을 외국기업과 사모펀드에 팔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매각 공고에서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매각 관련 절차가)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