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의 제조 부문 지주사 격인 DB Inc(아이엔씨)가 합금철 제조·판매 계열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하면서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와 지주회사 전환 회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아이엔씨는 지난 16일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안건은 오는 12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다뤄지며, 최종적으로 내년 2월을 전후해 합병이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DB아이엔씨와 DB메탈의 합병비율은 1 대 0.3225971이다.

​DB아이엔씨는 합병 이유에 대해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번 DB메탈 합병으로 DB그룹의 제조 부문 지배구조가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현재 DB아이엔씨의​​ 최대주주는 김남호(개인) 및 그 특수관계인으로 DB아이앤씨 지분 43.85%를 보유하고 있다.

​DB메탈의 최대주주는 김남호(개인) 및 그 특수관계인으로 DB메탈 지분 95.20%를 보유 중이다.

​​합병 이후 합병법인인 DB 아이엔씨의 최대주주는 김남호(개인) 및 그 특수관계인으로 전체 발행주식 수의 52.47%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흡수 합병으로 지분이 8.64% 늘면서 DB아이엔씨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어가게 된다.

​DB메탈 주주였던 DB하이텍, DB인베스트, DB스탁인베스트, 동부철구와 계열회사 임원들이 DB아이엔씨 대주주가 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주사 전환을 피하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일찌감치 DB 그룹이 DB아이엔씨의 지주회사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DB아이엔씨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기준을 충족해 지주사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2021년 말 별도 기준 재무제표상 지주비율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산총계 5000억원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지주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 경우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DB아이엔씨는 상장 자회사 DB하이텍이 반도체 호황기에 급성장하면서 2021년 별도 기준 자산 6104억원, 자회사 가치 4093억원을 기록해 지주 비율이 67.1%까지 높아졌다.

DB아이엔씨는 별도 기준 자산을 높아 지주 비율을 낮추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DB메탈의 자산 규모는 4751억원으로 이번 흡수합병으로 DB아이엔씨는 자산 규모가 1조원대 기업이 됐다.

​DB아이엔씨의 자회사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DB메탈 흡수합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메탈은 2분기에만 개별 기준 28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DB하이텍의 일감몰아주기로 얻은 상반기 149억의 매출을 빼면 실질적으로는 2분기 약 300억원 적자 회사다"며 "​​직전 분기에 대거 적자를 본 회사를 합병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기존 IT, 무역, 브랜드 3개 산업에 합금철, 건설을 더 하는 것이 사업 시너지라는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는 "주가가 저렴할 때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자사주 소각을 통해 DB하이텍 지분율을 높여 지주사 전환을 대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상적인 방법"이라며 "이번 합병은 DB하이텍 지분 추가 매입 부담을 잠시 피해 가기 위한 근시안적 지배구조 개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