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총 275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셀트리온그룹이 또다시 주가 부양을 위한 1448억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8년 만에 합병을 결심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이하 주매청) 가격이 주가보다 높아지면서 소액주주들이 주매청 청구를 위해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아 주주가치 제고에 실익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평을 받는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69만6865주, 69만 주의 자사주를 추가 장내 매수할 예정이다. 각각 약 1000억원, 450억원 규모다.

이로써 셀트리온그룹은 올해만 총 9번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해 총 4204억원가량의 자사주를 확보한다.

앞서 셀트리온은 4번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약 2023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3번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약 73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은 합병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낮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그룹은 2015년 합병설이 흘러나온 이후 8년 만에 합병을 공식화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17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올해 안에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셀트리온에 흡수합병시킬 계획이다. 이후 통합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회장의 장밋빛 합병 시나리오는 낮은 주가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소액주주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합병보다는 합병반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9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14만7700원, 6만6800원이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2020년 40만원, 16만원에서 반 토막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반면,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는 셀트리온이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만7251원으로 주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셀트리온그룹의 미래비전도 불확실하다는 반응이다.

서 회장은 "(합병 후) 통합된 그룹 자원을 이용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규모 투자에 활용할 뿐 아니라 개발·생산·판매 일원화를 통한 제품력과 원가경쟁력 확보로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투명성 제고를 통해 투자자 신뢰도 증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장으로 복귀한 직후 미국과 캐나다 직판 법인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올해 셀트리온그룹 매출은 2조3000억원으로 예상되며, 내년 매출 목표는 3조5000억원이다. 최종적으로 2030년 매출 목표는 12조원이며,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의 매출 비중이 각각 60%, 40%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며 "에비타(EBITDA) 역시 내년 40%에서 이후 매년 전년 대비 최소 30%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현금배당을 궁극적으로 회사 이익의 30%까지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셀트리온그룹의 실적 성장세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52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10% 쪼그라들었으며, 영업이익 역시 8.00% 감소했다.

셀트리온그룹이 밝힌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원으로, 이를 넘어서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소액주주 비중은 각각 66.43%, 56.42%에 달한다. 이들이 주식매수청구권 청구를 선택한다면 그 규모는 1조원을 거뜬히 넘길 전망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1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올해안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고 추후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해 셀트리온 상장 3사를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대규모로 확보한 자사주가 소각될지도 불확실하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 감소로 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이고 미래 배당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자사주가 승계를 위해 처분될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는 가업 승계를 위한 지분조정, 대표이사의 가지급금 처리, 투자금 유치를 통한 경영자금 확보, 지분 정리를 통한 대주주 의결권 강화,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스톡옵션 발행, 명의신탁주식 정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 경우 자사주 처분은 양도소득으로 간주해 10~25% 비율로 과세해 상여와 배당보다 세 부담이 적고 4대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소액주주로서는 주식시장에 나올 잠재물량이 많아져 주가 하락의 위험이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자사주 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