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한 때 황제주(주당 100만원)으로 불렸던 LG생활건강의 주가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7일 4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1년 7월 178만400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주가가 75%나 떨어졌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중국 내 화장품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주가가 178만원까지 치솟았지만, 화장품 영업이익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인기 제품 리뉴얼을 통해 중국 시장 소비자를 다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더후)의 대표 제품인 '천기단'을 13년 만에 리뉴얼했다.
또 최근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하며 일본 시장 확장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하고 있는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힌스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국내와 해외가 50%씩 차지했다. 해외 매출 중 일본 매출 비중이 대다수일 정도로 일본 뷰티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4일 기준 LG생활건강의 6조 8798억원으로, 코스피 49위를 기록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LG생활건강의 핵심 사업은 Beauty(화장품), HDB(생활용품), Refreshment(음료)로 나눠진다. 올 상반기 기준 각각 42.4%, 31.8%, 25.8% 순으로 비중을 차지했다.
Beauty 사업에서는 주요 력셔리 브랜드 '후', '숨37˚', '오휘'를 보유하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이 높고, 해외 비중도 큰 편이다. 이외에도 자연주의 브랜드 '더페이스샵', 메이크업 제품에 강점이 있는 'AVON' 브랜드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럭셔리 시장점유율은 2020년 28.6%, 2021년 25.2%, 2022년 22.4% 수준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점유율 또한 2020년 7.9%, 2021년 5.9%, 2022년 5.1%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HDB 사업 부문 회사의 가장 오래된 사업으로서 국내 시장에서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HDB 사업 부문은 크게 Daily Beauty(DB)와 Home Care로 나눠진다. DB는 샴푸, 바디워시, 치약처럼 개인의 미용과 위생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Beauty 용품이고, Home Care는 집안 청소와 의류 세탁에 사용되는 생활용품을 말한다.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판매하는 사업은 Home Care에 포함된다.
8대 주요 카테고리 시장점유율은 2020년 36.7% 2021년 36.8%, 2022년 39.2%로 증가 추세에 있다. 국내 업체들이 시장점유율 상위를 차지하며 경쟁하고 있으나, 글로벌 업체들이 일부 카테고리에서 강력한 판촉을 전개 중이다. 아울러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카테고리로 스토어브랜드 확장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Refreshment 사업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코카콜라'다. 주요 종속회사인 코카콜라음료(주)가 코카콜라의 보틀링 파트너로서 코카콜라사로부터 원액을 구매해 국내에서 제조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비탄산음료인 주스, 커피, 생수 등의 제품도 제조·판매 중이다.
음료 시장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4.5%, 2021년 33.9%, 2022년 33.6%로 소폭 감소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LG생활건강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전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4914억원, 영업이익 3조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22.5% 하락한 수치다.
사업 부문별로는 Beauty 부문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1622억원 , HDB 부문은 47% 감소한 1148억원, Refreshment 부문은 2% 줄어든 1151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 2분기 원가와 고정비 부담 지속, 인력 구조 효율화 및 북미 사업 구조조정 관련 비경상 비용 반영 등으로 영업이익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기준 해외 매출은 525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 증가했다. 매출 내 29% 비중을 차지했다. 주요 지역별 매출 비중은 중국 10%, 북미 9%, 일본 5%로 여전히 중국 비중이 높았다.
LG생활건강의 재무 상태는 안정적인 편이다.
주요 안정성 지표를 살펴보면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34.74%를 기록했다.
유동자산의 유동부채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196.46%를 기록했다. 통상 200% 이상 유지될 경우 이상적이라고 본다.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비중을 뜻하는 총차입금의존도는 6.1%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30%를 넘으면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LG생활건강은 이정애 대표이사가 올해부터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1963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LG그룹에 입사한 후 생활용품사업무 마케팅팀장, 지류마케팅 부문장, 마케팅 상무·전무·부사장을 거쳐 2018년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에 올랐다. 올해 LG생활건강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LG생활건강에서 공채 신입사원 출신의 첫 여성 임원이다. LG그룹 전체에서 1호 여성 사장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 등 로드숍 가맹 사업을 철수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또한 지난 8월 회사주식 5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책임경영에 나섰다.
이 대표가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북미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중국 내 한국 화장품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국인 응답자 중 자국 브랜드 선호 비율은 45%에 달했다.
애국주의 운동이 퍼지며 자국 화장품 브랜드인 'C뷰티(차이나 뷰티)'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로레알·에스티로더그룹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공격 영업에 나선 영향도 크다.
LG생활건강은 일본과 북미 시장 등으로 수출국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 선수 한 마디
LG생활건강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1.31배(동일업종 79.8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5배 수준이다.
박은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하반기부터 브랜드 후의 핵심 라인(천기단)을 리뉴얼하며, 중국 중심 투자를 시작했다. 브랜드 투자는 인지도 제고(로고 변경, 기능성 강화), 온·오프라인 마케팅 확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부진한 대중국 수요와 브랜드 투자 감행으로 하반기도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LG생활건강에게 현재 브랜드 리빌딩, 채널·지역 다변화를 위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때로 보며, 이와 함께 최근 색조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현재를 위기로 판단, 결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일본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만큼 중국 화장품 시장 전반 재고 소진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