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기지개를 켰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단순한 흠집내기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승리의 경험이 축적돼야 합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성패(成敗)의 역사를 주주경제신문이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1. 서막의 시작

1) 태광산업은 어떤 회사?

태광산업은 1961년 설립돼 1975년 상장됐다. 주요 사업 분야는 섬유, 직물, 석유화학, 신소재 사업 및 임대사업이다. 종속회사는 방송통신사업을 영위한다.

특수관계인과 자사주를 합한 지분율이 78%를 훌쩍 넘는다. 이호진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4.53%(지난해 3분기 기준)이며 자사주 비율은 24.4%다.

2) 왜 주주행동은 태광산업을 타겟으로 낙점했나

태광산업은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사용하려 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12월 회사와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흥국생명 증자에 참여하려다 일부주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지분율은 0%다. 다만,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와 특수관계인 등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당시 태광산업 지분 5.80%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흥국생명 지분 100%를 가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회장 일가 등)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려저축은행 등 금융계열 지배회사인 흥국생명에 문제가 생길 시 태광산업에도 여파가 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생명 계열사인 흥국화재의 부채는 13조5083억원, 부채비율은 2122.33%였다.

2. 캠페인

1)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주주행동 측은 발표했나

트러스톤은 올 2월 태광산업에 ▲감사의원과 사외이사 선임 ▲1주당 1만원 현금 배당 ▲10분의 1 액면분할 ▲자기주식(이하 자사주) 매입 50억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보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은) 최근 2년간 평균 배당률은 0.3%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300억원임에도 같은 기간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지급한 돈은 151억원에 불과하다"며 "10년간 누적 배당성향은 1.23%이다. 국내 코스피상장기업 평균 배당성향은 20%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측은 실적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해왔다고 해명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21년 당기순이익은 3000억원으로 전년의 1500억에서 2배 증가했지만, 주당 배당금은 1550원에서 1750원으로 2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액면분할에 관해서는 "태광산업 주식의 낮은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했다"며 "태광산업 주식의 경우 70만원대로 전체 코스피 상장 주식 중 두 번째로 높고 거래회전율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269개 중 268위다"고 토로했다.

2) 회사 경영진은 어떻게 반응했나

태광산업은 올 3월 "지난 1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주식 분할, 현금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의 주주제안을 이달 말 예정된 제62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광산업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인식 선임 건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16년 만의 외부 감사의원 선임을 꺼린 것이다.

3) 주주(소액주주,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등)의 반응은?

사측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은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에 찬성했다.

일례로 사측이 제안한 주당 1750원 현금배당 안건은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 가운데 16.47%(약 13만9000표)의 반대를 받았다. 태광산업 최대주주의 지분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약 23만5000주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주주의 과반수가 사측 안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3. 표대결

1) 의결권 현황

(2023년 반기보고서 기준) 이호진 전 회장 29.48%, 그 외 특수관계인 25.05%, 자기주식 24.41%, 트러스톤 5.74%

2) 주총 결과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오너일가의 과반수 지분율을 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오너일가의 지분을 제외한 표심 과반수는 트러스톤을 향했다.

태광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총 84만1631주로, 이 중 60만7102주는 최대주주 측이 보유하고 있다. 사측 의결권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약 23만5000주다.

(1) 주주제안1: 1주당 현금 배당금 1만원

1주당 현금배당금 1750원(이사회안) 의안 가결에 따라 자동 부결됐다.

(2) 주주제안2: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찬성 주식 수 12만8312주(16.38%), 반대 주식 수 65만4908주(83.62%)로 부결됐다.

(3) 주주제안3: 자기주식 취득의 건

찬성 주식 수 12만7752주(16.31%), 반대 주식 수 65만5468주(83.69%)로 부결됐다.

4. 평가

내년 정기주주총회의 결과가 기대된다.

올해 주총의 경우 분리선출 사외이사가 이미 있다는 이유로 트러스톤 측 선임안이 수용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초 종료됨에 따라 트러스톤의 선임안이 내년 주총 안건으로 상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분리선출 사외이사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소액주주에 유리하다.

올해 정기주총에서의 표심으로 미뤄볼 때 내년에도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5. 주주행동 그후

2011년 이후 10여년간 투자 계획이 전무했던 태광산업이 지난해 말 향후 10년간 1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덕분인지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내리막길이다. 2019년 3월 한 때 175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58만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주식 중 하나로 꼽힌다. 회장님의 경영 복귀에도 주가 흐름은 부정적이다.

6. 에필로그 : 주가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