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SK하이닉스가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식은 이날 13만3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전 거래일보다 5.72% 올랐으며, 지난달 18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13만원 고지를 회복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이 상승세인 이유는 3분기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의 3분기 누적 적자는 8조763억원이다.
다만 DRAM 사업 호조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38% 줄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와 DDR5 등 고부가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로 DRAM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흑자 전환한 영향이다.
이날부터 공매도 거래가 전면 중단된 것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96조235억원으로 코스피 3위를 기록했다. 지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잠시 2위를 탈환했으나 다시 3위로 복귀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은 휘발성 메모리인 D램(DRAM)과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NAND)를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이다. S1, M10 일부 등 일부 팹(Fab·공장)을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 생산과 파운드리(Foundry)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 시장 개화로 주목받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RAM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RAM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2016년부터 HBM2 양산을 시작해 시장을 이끌어왔다. 2015년 삼성전자가 HBM2로 시장에 진입해 본격적인 경쟁 양상이 시작된 바 있다.
2021년엔 4세대 HBM인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작년엔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 8월 5세대 HBM3E 개발에 성공하고 검증 절차를 위해 고객사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내년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 IT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해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HBM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들도 HBM 주문을 늘리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상용화로 고성능 서버에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에 탑재되는 HBM 4세대 제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와 HBM3E를 포함해서 내년도 CAPA(생산능력)가 현시점에서 솔드아웃됐다"며 "내년뿐 아니라 2025년까지 확대해 대부분의 고객사, 파트너사와 기술 협업 및 캐파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DRAM 매출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 자금 여력은 어때?
SK하이닉스의 재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의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84.8%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 대비 20% 넘게 상승한 수치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총차입금 규모는 31조56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4%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적자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구조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SEDEX2023)'에서 "DRAM은 턴어라운드 되는 것 같고 NAND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박정호 부회장과 각자 대표체제를 이루고 있다.
1965년생인 곽 사장은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통 'SK하이닉스맨'이자 '기술통'으로 평가받는다.
1994년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 공정기술실에 입사한 후 30여 년간 근무 중이다. 연구개발(R&D) 분야와 생산현장을 두루 거쳤다.
2012년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와 함께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에 올랐다. 동시에 DRAM 공정3팀장을 맡아 선행 개발 업무를 맡았다.
2017년 청주FAB담당 전무, 2019년 개발제조 총괄 자리인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에 올랐다.
2022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2022년 3월 제13대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에도 선임됐다. 2025년 2월까지 3년 동안 협회를 이끈다.
◆ 선수 한 마디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RAM 업체 중에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DDR5 비중이 이미 절반을 초과하고 있어 향후 수요 대응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며 "NAND 부문의 적자 축소 속도가 폭이 제한적인 점이 아쉽지만, DRAM의 이익 창출을 기반으로 24년 2분기에는 전사 기준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RAM의 판이 새로 짜이면서 서열이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며 "SK하이닉스는 선제적이고 지속적 R&D를 통해 HBM3와 DDR5에서 타사 대비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내 경쟁사들을 제치고 가장 빨리 DRAM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업황은 바닥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조적 사이클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자 지구 전쟁이 확산되지 않아야 하고, 지금과 같은 감산공조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 에서의 독과점에 이어 HBM3E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는 본딩 방식에서의 차이를 바탕으로 수율, 생산성, 발열 제어 면에서 경쟁력 우위를 지킬 전망이다. 내년에도 생산 설비 규모, 신제품 공급 개시 시기 등 여러 면에서 경쟁사들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