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한국알콜에 공개 압박을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오너일가 가족회사 케이씨엔에이(KC&A)와 1조원에 육박하는 내부거래를 해 한국알콜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케이씨엔에이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269억원을 웃도는 배당을 했으며, 배당은 전부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지난달 27일 법원에 2012~2014년 한국알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10월 19일 2015~2021년 한국알콜 이사회 의사록 열람 허가 소송을 제기한 뒤 두 번째다. 한국알콜은 지난 1일 열린 관련 재판에서 2015~2021년 의사록을 트러스톤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알콜에 행동주의 펀드 발 경영권 분쟁 조짐이 일자 주가는 급등했다. 공시 후 첫 거래일인 6일, 한국알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62% 오른 1만3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만475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9월 한국알콜 지분 5.14%를 확보했으며, 올해 3월 한국알콜 주주총회에서 차재목 김앤장 변호사를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로 선임시켰다.

트러스톤이 문제 삼는 점은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케이씨엔에이와의 내부거래다.

케이씨엔에이는 한국알콜 지분 33.49%의 최대주주다. 케이씨엔에이 지분구조는 지용석 한국알콜 회장 (63.01%)외 특수관계인 100%로 가족회사라 볼 수 있다.

케이씨엔에이는 1992년 한국알콜이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한국알콜과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 대행에 따른 수수료를 받고 있다.

트러스톤은 “한국알콜은 케이씨엔에이로부터 원료를 매입하고, 이후 제품 판매도 케이씨엔에이를 통해 한다. 한국알콜은 제조만 하는 것이다. 한국알콜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오너 가족회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터널링(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부의 이전행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2012년, 2014년, 2019년에 한국알콜이 케이씨엔에이주식을 케이씨엔에이에 매각한 것 역시 내부거래다. 두 회사의 경영진이 지용석 회장과 김정수 사장으로 같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한 가격인지를 검토하는 과정과 이사회 승인이 올바로 이루어졌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케이씨엔에이가 한국알콜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비율은 2010~2011년 10% 내외, 2012년 17.1%에서 2013~2021년 30~50%로 급증했다.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2013년을 제외하고 10년간 흑자기조를 이어간 케이씨엔에이는 지난 2015년부터 결산기 배당을 시행했다.

지난해까지 7차례 지급된 배당 총액은 269억6281만원을 넘어섰다. 케이씨엔에이가 지분구조상 배당금 전액은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트러스톤은 “한국알콜 추가지분 확보 계획은 알려줄 수 없다”며 “한국알콜 측이 2015~2021년 의사록을 보여주기로 한 만큼 의사록을 본 후 향후 활동 방향을 정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