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가운데 그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불법취업 등의 문제를 청산하지 않은 채 배임죄 특별사면 3개월 만에 계열사 대표이사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불법취업 기간 21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겨간 박 명예회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은 지난달 5일 금호석유화학 계열사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지난 5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반년만으로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취업 제한 등의 법적 제약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하지만 소액주주와 시민단체는 박 명예회장이 사면 이전부터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회장직을 맡으며 불법취업을 자행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금호석유화학 소액주주들은 박 명예회장이 사면 이전부터 불법취업으로 21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해 7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소송은 1심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소송에 앞서 “박찬구는 특정경제범죄법(특경법) 제14조에 의해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2년까지 해당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인 금호석유화학에 취업하는 것이 법률상 금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구는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취업 금지 기간 내인 2019년 3월 29일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찬구는 2019년부터 2021년 6월 15일까지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서 약 155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의 보수를 수령했고 회사는 손해를 입었다”며 “주주들은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상법 제403조 등에 따라 박찬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2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박 명예회장이 자회사 자금 107억5000만원을 아들에게 빌려준 혐의 등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박 명예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간 취업을 제한받게 됐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은 유죄선고를 받은 이듬해인 2019년 3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며, 이후 올해 5월까지 미등기 회장직을 유지했다.

박 명예회장이 이 기간 수령한 보수는 총 210억6600만원에 이른다. 연봉은 2019년 50억7200만원, 2020년 51억7600만원, 2021년 52억7700만원, 2022년 55억4100만원으로 매해 인상됐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2021년 5월 박 명예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법무부 역시 취업불승인으로 대응했다. 박 명예회장은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 취임 이후 취업승인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2020년 취업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박 명예회장은 취업제한의 종기가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가 아닌, 징역형의 집행 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이라는 주장의 소송을 냈다.

결과는 박 명예회장의 패소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실형 집행 기간 또는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취업제한대상 기관이나 기업체에 취업이 가능했다가 해당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취업이 제한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취업제한 제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 타당성이 확보된 해석론으로 볼 수도 없다"며 집행유예 기간도 취업 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박 명예회장은 패소 이후 법무부를 상대로 냈던 소송을 취하하고 올해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명예회장이 불법취업 기간 지급받은 보수는 부당하다며 이는 반납되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차후 금호석유화학 경영에도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도덕한 경영자가 복귀한다는 사실이 부적절하다. 아울러 광복절 사면된 부분은 과거 배임죄와 관련된 것이며, 배임죄 확정 이후 불법취업한 부분은 아직 죄가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3일 기준 금호석유 종가는 12만6200원으로 전일대비 2.1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