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Whitebox Advisors, 이하 화이트박스)가 삼성물산 이사회에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삼성물산이 또다시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것이다. 화이트박스는 내년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로서 결의안 건의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삼성물산 이사회에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화이트박스는 2017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 왔으며, 현재 삼성물산 지분 0.5%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서한에서 담긴 내용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명확한 자본 배분 프레임워크 채택 ▲투명한 경영진 보상 구조 등이다.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소송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전략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으니 수년간 인내하라는 말을 했다”며 “우리는 현재 삼성물산 주식 거래의 지속적인 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주서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5년간 총주주수익률 -6.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각각 34%, 84% 상승했다.
삼성물산 사업부문은 2016년에서 2019년까지 영업이익 복합연간성장률(CAGR) 23%를 기록했다. 2018년 이후 삼성물산의 상장 및 비상장 보유지분 가치는 70% 증가해 삼성물산 자산가치에 16조5000억원(주당 8만9000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누적 배당금은 2조4000억원(주당 1만2800원)에 그치고, 주가 하락으로 17조7000억원(주당 9만5000원) 이상의 주주 이익 손실을 가져왔다고 화이트박스는 주장했다.
또한 화이트박스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이 아니다.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해서 수익이 주주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자사주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주당순이익 계산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주당 현금 배당금은 2015년 500원, 2016년 550원, 2017~2019년 2000원, 2020년 2300원, 2021년 4200원, 지난해 2300원이다.
업계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지난달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 오브 런던 인베스트먼트(city of london investment)는 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주장했다.
또 다른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Palliser Capital)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며 자본 배분 최적화와 주주환원을 요구했다.
한편,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