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9개월 만에 DB하이텍 행동주의 캠페인을 종료했다. 보유지분 대부분을 프리미엄을 받고 DB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KCGI에 동조했던 개인투자자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일반 사모펀드와 다를게 없다며 회의감에 빠진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 주식은 전일대비 6.48% 하락한 5만4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DB하이텍의 주가하락은 KCGI의 DB하이텍 지분 매각 여파로 해석된다.

KCGI는 지난달 28일 DB하이텍 지분 5.63%(250만 주)를 DB Inc.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KCGI는 지난해 3월 30일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하였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월 당시 1주당 평균 매입가(6만2800원)를 고려하면 KCGI는 이번 1650억원대 블록딜로 약 8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KCGI)

앞서 KCGI는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주주서한과 회계장부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자사주 매입과 물적분할은 DB Inc의 지주사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것 ▲DB하이텍이 김준기문화재단 등에 기부금을 준 것은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지배주주 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것 ▲지배주주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 ▲DB메탈의 유상증자 및 구주매매 참여 후 손상차손 인식은 DB하이텍 주주의 이익 침해한 것 ▲DB월드 콜옵션 미행사는 지배주주 지분율 높은 DB Inc의 이익만을 생각한 것 등 DB하이텍이 불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DB Inc의 DB메탈 흡수합병이 지주사 전환 회피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KCGI는 돌연 DB하이텍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배당성향 증대 및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을 약속했다며 “소모적인 경쟁과 대립이 아닌, 일반주주와 아사회 및 경영진 간의 상호대화를 통한 우호적인 거버넌스 개선의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DB하이텍 지분을 매각했다.

DB하이텍 주가 하락의 근본원인인 DB그룹 지주사 전환은 미지수로 남았다.

KCGI는 “DB Inc.는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DB하이텍의 지분 18.05%를 확보”했다며 “향후 DB하이텍 지분 추가 매입, DB하이텍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을 통한 지분율 상승 등 정도를 따른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DB그룹의 입장은 달랐다. DB그룹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행동주의 펀드를 엑시트하기 위한 결정이다. 회사는 지주사 전환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DB그룹은 202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기준을 충족회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별도기준 자산총계 5000억원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지주비율)이 50%를 초과한다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3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DB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잇다. 2021년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상장 자회사 DB하이텍의 급성장으로 지주사격인 DB Inc.의 별도기준자산총액이 6140억원을 돌파했지만,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DB하이텍 주가가 하락하며 DB Inc.의 총자산이 5000억원 아래로 내려가 지주사 강제전환 기준을 피해 갔다. 지난해에는 자산 4751억원의 DB메탈을 흡수합병해 기업 전체 자산을 높여 지주 비율을 낮췄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DB오너일가는 DB 하이텍을 DB Inc를 통해 간접지배하고 있는데, 우호지분을 모두 합해도 약 17.82%에 불과하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DB Inc.는 DB하이텍의 지분 비율을 17.58% 추가로 확보해야하는데 이때 필요한 자금은 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DB Inc.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60여억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DB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막기 위해 DB하이텍의 주가를 누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투자자들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했던 KCGI를 지지한 것에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 “앞에서는 소송하며 개인주주들 매수하게 언론플레이, 뒤에서는 대주주들과 결탁해서 자기 지분만 팔고 나왔다”며 “도대체 뭐가 개인투자자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4년 장기 투자하는 주주 입장에서 이들이 더 나쁘다. 소액주주연대는 강성부에게 이용만 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