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기지개를 켰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단순한 흠집내기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승리의 경험이 축적돼야 합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성패(成敗)의 역사를 주주경제신문이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1. 서막의 시작
1) ES큐브는 어떤 회사?
ES큐브는 레저 및 기능성 텐트 제조사업을 한다.
종속기업에는 중국 청도에 위치한 텐트 제조 공장인 청도경조여유용품 유한공사와 중국 고밀에 위치한 텐트 제조 공장 고밀화신여유욤품 유한공사, 베트남 자회사 T.O.P OUTDOOR VINA CO., LTD가 있다.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아 중국과 베트남 현지법인에 주문하는 ODM 사업을 한다. ODM은 기술을 가진 제조사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 출하에 이르기까지 제품개발과 생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주문사는 구입한 제품에 자신의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ES큐브의 주요 매출처는 SNOW PEAK, SAIBO(브랜드명 OGAWA), KOLON 등이 있으며, 지난해 3분기 실적 기준으로 89%의 매출비중을 차지한다.
이 외 회사는 중국과 베트남 현지법인의 텐트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외에서 구매하여 제공하는 중계무역을 한다.
2020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다만, 지분율 49.48%의 HB저축은행이 손실을 내며 지분법 손실로 2023년 9월말 기준 259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비트캐시, 로켓모바일 등으로 게임과 비트코인 사업에 나섰었으나, 현재는 텐트 제조 외 모든 사업을 매각했다.
HB저축은행 역시 2022년 최대주주가 ㈜HB홀딩스그룹로 바뀌며 관계기업으로 변경됐다.
2) 왜 주주행동은 ES큐브를 타겟으로 낙점했나
ES큐브의 주주제안은 한빛대부가 ES큐브의 지분을 인수한 후 경영권까지 장악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3월 라이브플렉스에서 ES큐브로 사명을 변경했다. 같은 해 7월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 등을 거느리는 김병진 회장이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 산하의 지에프1호에 지분 전량(32.19%)를 741억원에 양도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한빛대부는 ES큐브 인수 직후 라이브플렉스 본사 건물을 경남제약에 410억원에 매각했으며, 계열사 라이브파이낸셜 지분 역시 58억원에 처분했다.
실탄을 마련한 한빛대부는 HB저축은행(구 라이브저축은행)의 모기업인 태일의 실질 지분율을 100%까지 끌어올렸다.
HB저축은행은 HB홀딩스그룹(구 HB파이낸셜)을 대상으로 지분율 40% 수준(약 4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후 ES큐브가 태일을 흡수합병하며 ‘한빛대부→지에프1호→ES큐브→HB저축은행'로 손자회사였던 HB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후 HB저축은행을 ES큐브에서 떼어냈다. HB저축은행은 HB홀딩스그룹을 대상으로 22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해 신주 전량을 인수한 HB홀딩스그룹이 HB저축은행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로서 HB저축은행은 ES큐브의 연결대상 기업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ES큐브 자산총계는 2021년 12월말 1조827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899억원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2021년 4월 ES큐브의 시가총액은 708억원 정도였으며, 지분 32.19%의 시장가치는 228억원에 불과했지만 한빛대부가 이를 741억원에 인수한 점 ▲이후 엑시트에 성공한 김병진 회장(경남제약)이 라이브플렉스 건물을 410억원에 사주며 한빛대부의 HB저축은행 우회인수 실탄을 마련해준 점에 주목했다.
한빛대부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위해 저축은행 지분을 직접 사지 않고, 모회사인 ES큐브를 인수해 종속기업을 거느리는 우회인수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자회사인 저축은행의 유망성을 보고 투자한 ES큐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저축은행 먹튀’ 지적이 이어졌다.
2. 캠페인
1)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주주행동 측은 발표했나
2023년 있었던 주주행동의 주체는 한빛대부였다. 한빛대부는 ES큐브 최대주주가 된 후 경영권 확보에 주주제안을 활용했다.
HB홀딩스그룹은 2022년 12월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신청을 냈으며 이듬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검사인 선임 신청을 냈다.
2) 회사 경영진은 어떻게 반응했나
당시 대표이사였던 신희민은 “2020년 8월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이래 회사의 안정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이사회는 일부 주주 특히 지배주주만을 위하여 경영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화사의 경영활동에 임해야한다”며 자신의 해임 안을 막기 위해 주주에게 호소했다.
3) 주주(소액주주,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등)의 반응은?
주주들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한빛과 ES큐브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자 혼란에 빠졌다.
3. 표대결
1) 의결권 현황
(2023년 3월 31일 기준/ 임시주총 2023년 4월 20일)
지에프금융산업제1호㈜: 32.19%
㈜에이치비홀딩스그룹: 11.07
소액주주: 53.34%
2) 주총 결과
(1) 주주제안1: 임시의장 안경환 선임의 건
부결
(2) 주주제안2: 사내이사 신희민(전 대표) 해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3) 주주제안3: 기타비상무이사 홍권표 해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4) 주주제안4: 사내이사 안경환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5) 주주제안5: 기타비상무이사 김동국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6) 주주제안6: 기타비상무이사 이미현 선임의 건
원안대로 가결
4. 평가
ES큐브는 회사에 애정을 가진 리더가 부재하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고 팔리며 번번히 주인이 바뀌는 모습에 주주들은 흑자기업임에도 투자를 꺼리는 모습이다.
3일 기준 ES큐브의 거래량은 5938주 남짓이며 종가는 2955원으로 액면가(500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5. 주주행동 그후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신희민 전 대표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가 적발됐다고 공시했다. 횡령 등 발생 금액은 4억8000만원 규모로 자기자본 대비 0.68%에 해당한다.
한빛대부는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는 ES큐드를 별도로 시장에 내놓았지만 번번히 매각에 실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저축은행업계까지 불황에 빠져 HB저축은행마저 매물로 내놓았다.
6. 에필로그 : 주가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