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배당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은 2023 회계연도(12월 결산 기준) 배당락일이었다. 배당락이란 배당 기준일을 지나 더 이상 주식을 매수해도 배당금 받을 권리가 없는 걸 말한다. 27일 이전에 HMM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결의 후 내달 배당이 지급될 예정이다.
HMM은 지난 10년간 배당을 지급하지 않다가, 2021년 배당을 재개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손실을 기록한 탓에 오랜 기간 배당을 지급할 수 없었다.
[사진=HMM]
HMM은 2020년 적자를 벗어나 124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21년에는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로 호황을 누리면서 순이익 5조337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8조5827억원, 영업이익 9조9515억원, 순이익 10조854억원을 달성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산업은행 관리 체제 하에 있으면서 배당성향은 높지 않았다. 2021년엔 주당 배당금 600원, 배당총액 2934억원을 지급했으며 2022년에는 주당 1200원, 배당총액 5868억원을 지급했다.
HMM의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배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실적 대비 낮은 배당성향에 대해 성토가 이어졌으며, 현재까지도 종목토론방, 주주카페 등을 통해 배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HMM의 매각이 진행중인 가운데 하림이 우선대상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올해 소액주주들은 고배당을 바랄 수도, 저배당을 바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HMM이 고배당을 할 경우 HMM을 인수한 하림그룹이 '돈줄'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가하락에도 HMM을 보유해왔는데 주주환원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기준 하림지주의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13조8360억원이다. HMM의 자산총계는 26조5310억원으로 자산규모가 2배 이상 차이난다. HMM의 현금성자산(11조5042억원)이 하림지주의 총자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따라서 하림그룹이 HMM 인수 후 배당금을 통해 이익의 상당수를 가져갈 거란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글로벌 해운사에 비해 선대 규모 및 보유 현금이 월등히 적은 HMM은 불황에 대비하며 경쟁력을 키우는데 보유 현금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하림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해운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HMM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하림그룹은 과거 팬오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M&A 이후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배당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HMM 주주는 "아직 인수가 확정되기도 전인데 하림그룹이 배당금 최소화를 말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MM의 현재 21년 5월 최고가(5만1100원) 기준 6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전환사채(CB)를 두 차례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18일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현재 세부 계약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말 정도면 1차 협상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