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시작됐다. VIP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은 지난해 적극적 주주행동을 펼쳤던 기업에 또다시 주주환원 압박을 가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타깃으로 행동에 나섰다.
(사진=VIP자산운용)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전날(9일)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삼양패키징의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지분 보유목적은 ▲단순히 의결권 행사와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투자 ▲임원의 보수, 배당금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는 일반투자 ▲임원의 선·해임 등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나뉜다.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은 주주활동의 시작을 알린 것으로, VIP자산운용이 올해 새로운 주주활동 대상으로 삼양패키징을 택했다는 뜻한다.
앞서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아세아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변화를 제고했으며, 같은 해 11월 HL홀딩스에 주주환원책을 요구해,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VIP자산운용은 “주주로서 경영참가의 목적은 없으나 주주환원책 수립 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수행하고자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목적으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턴어라운드와 신사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현금배당 위주의 주주환원정책이 주주가치 개선 및 주가방어에 전혀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얼라인파트너스)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지난 5월 JB금융지주 측에 이사회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하며 올해도 금융지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J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후보 주주 추천 제도’를 수립하고 지난 5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 추천을 받았다.
이에 얼라인은 후보 추천에 나섰으며, 추천한 이사회 후보는 ▲사외이사 김기석, 정수진, 김동환 ▲기타비상무이사 이남우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이희승 등이다. 이들은 지배구조 전문가, 정보기술(IT) 전문가, 글로벌 투자 전문가, 글로벌 자본시장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또한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본따 여성 후보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의 행보는 오는 2월 결산 이사회를 앞두고 JB금융지주가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환원책을 이행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얼라인은 지난해 1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7개 금융지주에 공개서한을 발송하며 주주행동을 시작했다. 대출성장률을 줄이고 주주환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본 배치를 바꾸고, 목표 주주환원율로는 최소 50%를 제안한 것이다.
성과는 준수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지주는 각각 1500억원, 30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했다. BNK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직전연도 대비 2% 오른 25%로 정햇으며, 당기순이익의 2% 수준인 16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다만, 금융지주의 경우 주주환원 요구와 당국의 압박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2월 “은행이 단순히 주주환원에만 집중한다면 최근 고금리, 경기침체 등 어려운 여건에서 고통 받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과 지원여력이 약화돼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FCP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 ‘FCP 제보 센터’를 개설하며 KT&G 사장 후보 선정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당 익명 채팅방을 통해 KT&G와 계열사, 협력사의 임직원들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견을 들어 주주활동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경영진의 뇌물, 청탁 등의 비리행위 등 문제시됐던 사건의 제보도 받는다.
유선규 FCP 상무는 “지난 9년간 백복인 사장이 이끈 KT&G는 매출이 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주가, 마진은 모두 하락했다. 외형만 성장한 것이다. 이 기간 코스피가 상승한 26% 만큼만이라도 주가가 올랐다면 현재 KT&G 주가는 주당 14만원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백 사장은 업계 연봉킹이며 이러한 경영 성적으로 3연임이 가능했던 이유는 밀실선거 덕분이다”고 주장했다.
유 상무는 “KT&G 사장 후보는 사추위에서 결정한다. 앞서 사추위는 대표이사 단독 후보 추대에 단 11일이 걸렸다. 신입사원 채용 기간에만 55일이 걸린다. 다른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KT는 임기내 주가가 55% 상승했으며 대표이사 후보 선정기간은 4개월이었다. 포스코 역시 임기내 주가가 47% 올랐으며 대표이사 후보 선정기간은 2개월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격요건도 전현직 임원으로 한정했다. 사장이 있는데 어느 임원이 나서겠냐. 이런 식으로 내외부 경쟁자를 제거했다”며 “민영진 전 사장과 백복인 현 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KT&G 복지재단, KT&G 장학재단 등 각종 재단에 회사 주식을 공짜로 넘겨 주총 때마다 표를 몰아주고 있다. 재단의 지분율은 무려 11%로 국민연금보다 높아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유 상무는 “재단을 이용한 경영권 세습으로 백복인 현 사장의 최측근으로 차기 사장이 결정된다면 민영진 전 사장, 백복인 현 사장 이후 3대 세습으로 악순환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