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행동주의펀드인 KCGI 등 주요 기관투자자 등의 권고사항을 반영해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다. 다만, 실적 성장세가 꺾여 주주에게 돌아가는 실제 배당은 줄어들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최근 주주환원정책과 이사회 운영 정책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 중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회사는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 30%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배당성향은 10%대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해 구간내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자사주 취득은 발행주식총수의 6.14%에서 15%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사회 운영정책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또, 이사회 산하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의장은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감사위원회를 연 4회 이상 확대 운영하고, 위원장과 외부감사인의 독립적 회의를 보장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외 신뢰도 있는 기관의 지표 및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이사회 평가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KCGI가 주주서한을 통해 DB하이텍에 요구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강화 통한 경영투명성 및 경영효율성 제고 △주주권익 증진 등의 내용에 상당부분 부합하는 개선이다.
앞서 KCG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 지분 7.05%를 사들이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DG그룹의 지주사 격인 DB아이엔씨는 지난해 12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KCGI가 보유하던 DB하이텍 지분 250만주(지분 5.6%)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KCGI가 가진 DB하이텍 지분이 7.05%에서 1.42%로 줄면서, 약 9개월간 이어진 행동주의펀드와의 불편한 동거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DB하이텍이 이번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 개선 내용에 따르면 전년 대비 배당성향은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B하이텍의 배당성향은 2020년 9.16%, 2021년 6.17%, 2022년 10.11%를 기록해 10% 안팎인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주당배당금은 350원, 450원, 13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 대비 2023년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당성향 최대 20%를 적용해도 주주 몫의 주당배당금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2023년 연간 매출 1조1567억원, 영업이익 2830억원, 당기순이익 24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1%, 63%, 56%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DB하이텍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전방수요 부진으로 인한 평균판매단가(ASP)의 지속적인 하락, 생산능력(CAPA)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등이 실적 감소의 원인이다.
배당성향 20%를 적용할 경우 총배당금은 492억6000만원이다. 자사주(272만6653주)를 제외한 상장주식은 4167만1935주로 주당배당금은 118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자사주 취득은 발행주식총수의 6.14%에서 15%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식 수 272만6073주~665만9788주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최대 배당성향을 적용할 경우 자사주 매입은 246억3000만원 가량을 매입해야 총주주환원율 30%를 달성할 수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2022년 기준 주주환원율 23.7%를 사측에 요구한 바 있다. 최근 4년간 흑자 파운드리 4사 평균 주주환원율이 52.3%이고, 대만 파운드리업체 PSMC는 흑자전환 직후에도 주주환원율 23.7%를 달성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주주환원율 수치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