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020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는 장기적인 성과 창출 및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인센티브시스템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승계용 지분 확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4년간 3개 계열사로부터 RSU를 지급받았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서 2020년 3만6826주, 2021년 13만6972주, 2022년 19만1699주, 지난해 16만6004주 등 총 53만1501주의 RSU를 받았다.
한화솔루션에선 4년에 걸쳐 총 34만 6293주를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3년간 총 10만4458주를 지급 받았다.
김 부회장이 받은 RSU는 10년 뒤 절반은 보통주로, 나머지 절반은 10년 후 가치에 상당하는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일정 기간 재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자사주를 지급하는 일종의 장기 인센티브 제도다. 미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성과를 고려해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부여하지만, 재직기간과 성과 등 조건을 충족해야 실제 귀속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재유출을 막고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것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스톡옵션과의 차이점은 스톡옵션이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준다면, RSU는 실제 주식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또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게 지급이 금지되지만, RSU는 국내 현행법상 대주주에게도 지급이 가능하다.
이 지점이 한화의 대주주들이 지분 확보 수단으로 RSU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부분이다.
한화그룹은 202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RSU를 도입했다. 이후 네이버, 두산그룹, 포스코퓨처엠,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토스, 쿠팡, 위메프, 크래프톤, 씨젠 등 유수의 기업들의 도입이 이어졌다.
한화그룹이 RSU를 도입한 2020년은 김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시점이기도 하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유력한 차기 총수 후보다.
현재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 22.65% 지분을, 김 부회장은 4.91% 지분을 보유 중이다. 차후 김 부회장의 경영권 확대를 위해선 김 회장의 지분을 받아야하지만, 막강한 증여세를 지급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RSU를 활용할 경우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RSU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주장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서 받은 RSU는 전체 발행주식의 0.7%,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받은 RSU는 0.2%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화는 "경영의 장기적인 성과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020년 RSU제도를 도입해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투명한 절차에 따라 운영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공시해오고 있다"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주주도 대표이사 및 경영진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RSU를 부여하는 방법과 부여대상 등을 명시하도록 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RSU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주주는 RSU를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