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중간지주사로 편입된다. 하지만 한미그룹이 대주주 일가의 내분을 무사히 정리하고 OCI그룹에 통합될지, 통합되더라도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의견이 갈려 이사회 합의가 무산돼 주주총회에서 경쟁했을 때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OCI홀딩스 각자 대표로 오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임기가 끝난 후의 상황도 알 수 없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5월 24일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2399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여기에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1421만6979주를 OCI홀딩스에 양수도 및 현물출자한다.

OCI홀딩스는 이번 계약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27.03%의 최대주주에 등극할 예정이며,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의 중간지주사로 편입된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OCI홀딩스와의 현물출자 계약으로 OCI홀딩스 지분율 10.37%의 1대주주에 등극한다. 또한 송 회장과 가현문화재단은 OCI홀딩스에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각각 현금 2500억원, 275억원 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한미그룹 대주주인 송 회장과 임 사장은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의 1대주주에 등극하고, 기존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은 OCI그룹의 중간지주사 주주로 남는 구조다.

한미약품이 그룹내에 공유한 통합안. (사진=한미약품)

중간지주사란 지주사로부터 지배를 받으며 다른 사업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사를 뜻한다. 기존의 한미사이언스 자회사들은 OCI홀딩스의 손자회사가 된다.

한미사이언스 자회사가 손자회사로 변경되며 이들의 향후 인수·합병(M&A)이 만만치 않아졌다.

통상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잠재력 있는 기업들과 M&A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보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8조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종손회사를 두려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타사대비 M&A 대금 마련에 부담이 생긴 것이다.

향후 중간지주사가 된 한미사이언스를 OCI홀딩스가 흡수합병할지도 미지수다. 기존 OCI홀딩스 주주와 한미사이언스 주주가 지분희석 문제로 시가총액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한미그룹 대주주 일가의 내부분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송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지 못하도록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나섰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이어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별도의 특별관계인으로 28.04%의 지분을 확보하며 의결권 싸움을 예고했다.

송 회장과 장녀 임 사장은 OCI홀딩스의 1대주주에 오르고, 임 사장은 OCI홀딩스의 각자 대표가 되었지만 그 외 한미사이언스 주주는 OCI홀딩스의 지분을 받지 못했다.

비록 송 회장과 임 사장의 지분율이 10.37%에 이르더라도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기존 특수관계자 지분율을 합한 25.63%와 차이가 크다.

향후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의견이 갈려 이사회 합의가 무산돼 주주총회에서 경쟁했을 때 이길 수 있을지와 OCI홀딩스 각자 대표로 오를 임 사장의 임기가 끝난 후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것이다.

한미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됨으로써 차입금 부담 감소에 따른 한미사이언스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가치 실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광약품과의 시너지,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도 언급했다.

회사는 이어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각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한미의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