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주가가 19일 1만52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해만 17.2% 상승한 것인데 총주주환원율이 33.7%까지 오른 데 더해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기대까지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임종룡 대표가 선임된 지난해 3월 24일 1만1010원에서 지난 19일 1만5060원으로 36.7%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금융 주가는 4만7050원에서 6만8800원으로 46.2% 상승했다.

최근 정부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 주식(이하 저PBR주) 중심으로 증시 부양 정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대표적인 저PBR 업종인 은행주 주가가 올해 평균 20% 상승했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평균 22.7% 상승했다. KB금융은 27.2%, 신한금융은 12.2%, 하나금융은 35.7%, 우리금융은 15.8%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19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이들의 PBR은 0.3~0.4에 머물러 있다.

주주환원 확대 기조도 주가 부양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33.7%로 직전연도 대비 7.5%포인트 확대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직전연도 대비 20% 감소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주주환원 규모(8472억원)를 3% 늘리고 지난해 2분기에 최초로 분기매당과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서는 주주환원율을 35%까지 늘리며, 중장기적으로 CET1이 13%를 넘어서면 초과한 부분만큼 주주환원에 투입해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 KB·신한·하나금융지주가 세운 목표와 동일하다.

다만, 업계는 우리금융지주의 기업대출과 인수·합병(M&A) 전략이 CET1 목표치인 13%를 넘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지주의 CET1은 11.9%다.

CET1은 금융지주의 순수 자본여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한 지표로 자기자본 가운데 자본성증권으로 조달한 금액을 제외한 액수를 분자, 전체 자산을 부실 위험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RWA)을 분모로 해 측정한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기업대출 확대를 성장전략으로 삼았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매년 10%씩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는 45%가량으로 개인대출(약 27%)대비 높다. 기업대출을 늘리면 RWA가 증가해 CET1은 감소한다.

증권사 인수 계획도 CET1 감소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 외 이렇다 할 계열사가 없다. 2014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 우리종합금융의 자기자본 규모를 1조원대로 높이고, ‘증권맨’으로 불리는 우리자산운용 남기천 대표를 우리종합금융의 새 대표로 내정했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증권시장 진출을 위해 포스증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외 부동산 손실 확대 가능성과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배상문제 등도 향후 주가 변수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대출 손실로 1조550억원을 인식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 손실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한 불완전판매 배상금도 복병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1차 현장검사에서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에 대해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 등 판매 금융기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올해 전체 H지수 ELS 만기액은 15조4000억원으로,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주가상승에 따른 외국계 주주들의 매도 행렬도 주가하락 요인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2일 신한금융 주식 52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어 칼라일그룹은 지난 15일 KB금융 지분 1.2% 전량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임종룡 대표는 지난해 3월 24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발을 들여 재정경제부에서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정을 지냈다.

공직생활 이후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옮겨갔으나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시 관치금융 논란 속에서 관료 출신인 임 대표가 뚜렷한 실적으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NH농협금융에 금융지주 4위 자리를 빼앗겼다.

실적부진의 이유로는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의 순이익 감소와 은행에 치중돼 있는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우리금융지주는 전체 수익의 약 90% 이상이 우리은행에서 나온다.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계열사를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금융지주는 기업금융 역량 강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주주환원 강화에 힘쓰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기업금융은 우량자산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 리스크관리와 혁신역량도 갖춰 명가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며 “또한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