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해 계열 분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지주회사인 ㈜효성은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지난달 23일 결의했다.
회사는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분할 승인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후 7월 1일자로 효성그룹은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 등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효성신설지주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효성 0.82 대 ㈜효성신설지주 0.18이다.
㈜효성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이, ㈜효성신설지주는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맡는다.
구체적으로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엔에스, 효성ITX, FMK 등 전통 사업인 섬유, 중공업 등을 담당한다.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홀딩스USA, HIS, 효성도요타, 광주일보, 비나물류법인 등을 맡는다.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이라는 위상을 다질 예정이다.
그룹 분할 이유에 대해 사측은 그룹 경영 이념 중 하나인 '책임 경영'을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의 해석은 다르다. 일각에선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장남인 조 회장을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형제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계열 분리가 오너일가 만을 위한 쪼개기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설 지주사가 설립되면서 빠지는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효성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효성첨단소재는 내연기관 및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소에너지용 탄소섬유는 세계 2위다. 여기에 방산 소재인 아라미드, 시트벨트, 에어백, 모빌리티 인테리어 등 세계 3위내 제품 1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스토리지, ICT, 클라우드 사업 등을 영위하는 디지털전환(DX) 및 AI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아울러 기존 지주사 ㈜효성이 갖게 되는 계열사 효성화학은 최근 알짜사업인 특수가스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소액주주들은 기존 주식과 신설 회사의 주식을 지분율에 따라 나눠주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더라도, 알짜기업을 평가 절하해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주식은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효성은 배당수익률이 6%를 넘어서고, 당기순이익 적자에도 배당을 하는 고배당주로 익히 알려져있다. 계열이 분리될 경우 더이상 효성은 고배당주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효성은 조 회장측 지분이 이미 과반을 넘어가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은 56.10%에 달한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6.63% 지분을 갖고 있고, 소액주주 지분율은 27.36%다.
다만, 신설 지주사 쪽은 효성첨단소재 소액주주의 표심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첨단소재의 효성 외 특수관계인은 45.74% 지분을 보유 중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9.05%, 소액주주는 46.17%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