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생명과학이 리보세라닙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는데 실패했지만 유상증자를 강행한다.

두 달 만에 주가가 64% 넘게 급락해 실권주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관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케이비증권은 잔액인수계약을 맺어 실권주 인수 부담을 안고 있다. 주주들 역시 증권사가 실권주를 인수하면 오버행(대량의 대기물량) 위험에 놓인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증자 규모는 1499억원에서 1308억원으로 191억원가량 줄었다. 1주당 모집가액이 1만3630원에서 1만1890원으로 감소했다.

조달된 자금의 75%인 981억원가량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쓰인다.

HLB생명과학은 “신규사업 확장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차입금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0년 3%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3년 39%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HLB가 개발한 신약 리보세라닙이 예상과 달리 FDA로부터 품목허가되지 않음에 따라, HLB생명과학 주가가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3월 26일 52주 최고가인 2만4361원을 기록한 후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0일 52주 최저가인 77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21일 종가는 8750원이다.

이에 주관 증권사가 실권주를 부담할 가능성도 커졌다. 주가가 1주당 모집가액보다 낮아 유증 참여 유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HLB생명과학 유상증자의 공동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케이비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약 959억원에 해당하는 807만425주, 케이비증권이 약 348억원 수준인 293만4700주를 인수한다.

다만, 두 증권사는 HLB생명과학과 유상증자 잔액인수 계약을 맺으며 통상 10% 내외인 실권수수료보다 1.5배 이상 높은 16%의 실권수수료를 설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FDA 품목허가 불발을 염두에 두고 실권 수수료를 잡지 않았다. 실권주 부담 관련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HLB생명과학 주주들은 리보세라닙의 FDA 품목허가 불확실에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가치 희석, 오버행 위험이라는 3중고에 처했다.

HLB는 지난 17일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간암 1차 치료제 품목허가 신청에 대해 FDA로부터 최종보완요청서(CRL)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CRL에는 캄렐리주맙의 일부 미비점으로 인해 병용요법으로서의 승인을 보류한다고 적혀있었다. 리보세라닙에 관해서는 지적받은 사항이 없으므로 HLB가 별도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의약품목을 17개나 보유한 항서제약의 제조공정에 근본적이며 수정불가능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으며, 심사기간 중 항서 측의 답변 또한 그러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HLB와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간암 1차 치료제 품목허가에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패권 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는 HLB가 CRL을 받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현지시각) 찬성 40대 반대 1로 ‘생물보완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 3월 상원 상임위원회에서도 찬성 11대 반대 1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미국 하원은 오는 7월 4일 휴회 전에 하원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뒤 대통령 서명 등을 거쳐 연말까지 입법할 계획이다.

‘생물보완법’은 미국 내에서 중국 주요 유전체회사 BGI(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된 베이징 유전체연구소)그룹 등이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중국과 바이오 협력을 단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리보세라닙의 FDA 품목허가 가능성이 불확실한 가운데,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식가치마저 희석된다.

HLB생명과학은 발행주식총수의 10.22%에 달하는 1100만5125주를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HLB가 배정주식 201만4080주 가운데 절반인 100만7040주만 청약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시장이 소화해야 할 유상증자 주식 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가 일반모집에서도 청약되지 않고 주관사에 인수되면 오버행 위험이 높아진다. 증권사가 인수한 실권주는 보호 예수 없이 시장에 언제든 매도될 수 있다.

HLB생명과학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대표주관사가 주식 인수 후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인수한 주식을 장내에서 매각하게 된다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표주관회사가 인수한 주식을 일정 기간 보유하더라도 인수 물량이 잠재 매각 물량으로 존재하여 주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