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사업연도에 파격적 배당을 단행했던 락앤락이 올해 배당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자진상폐를 위한 공개매수가 난항을 겪자, 배당을 노린 주주들을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락앤락은 올해 배당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다. 락앤락은 “내년 이후 배당은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락앤락이 연내 대규모 배당을 기대하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주주들를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압박했다고 해석한다.
앞서 락앤락은 2022사업연도에 순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주당 1953원을 배당했다. 총 현금배당액은 980억4100만원에 이른다.
2017년 락앤락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는 확보한 배당금으로 락앤락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했다.
어피너티는 2017년 8월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 스트렝스(Consumer Strength Limited)를 설립해 같은 해 12월 김준일 락앤락 창업자 등으로부터 구주 63.56%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금은 약 6300억원이다.
인수 대금 절반 이상인 3750억원을 대주단을 통해 마련한 어피너티는 2022년 12월 만기가 다가오자 락앤락 배당금을 확보한 뒤 일부를 상환하고, 금리를 기존 두 배 이상인 8%대로 올려 계약만기를 연장했다. 해당 계약은 최대 2025년 12월 5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현재 어피니티는 락앤락 자진상장폐지를 목적으로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가격은 1차 공개매수와 마찬가지로 최근 3개월 동안 시가를 감안하여 일정 할증률을 가산해 주당 8750원으로 정했다.
앞서 어피니티의 또 다른 SPC인 컨슈머 어드밴티지(Consumer Advantage Limited)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발행주식총수의 30.33%( 1314만112주)를 주당 8750원에 공개매수 했으나, 절반 수준인 684만6487주만 매수에 응했다. 지난 16일 기준 컨슈머 어드밴티지와 특별관계자의 지분은 85.45%다.
한국거래소 코스피 상장폐지 요건인 95%를 달성하지 못하자, 컨슈머 어드밴티지는 지난 16일부터 내달 5일까지 같은 가격에 2차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은 공개매수가가 낮다고 주장한다.
한 소액주주는 “공개매수라면 적어도 주당순자산가치(BPS) 가격은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PS란 기업이 활동을 중단할 경우, 모든 주주에게 나눠줄 자산이 1주당 얼마씩 배분되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기업의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눠 계산한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락앤락의 BPS는 1만1569원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재량적으로 최근 주가에 일정 수준을 할증하여 공개매수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이 자본시장법 등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개매수 가격 산정 근거로 최근 주가 외에 수익가치와 자산가치 등에 근거한 적정 기업가치 평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다.
일례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지난 2013년 델(Dell) 사의 상장폐지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한 소송에서 시장주가에 근거한 공개매수가격이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투자자 또는 회사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장기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상장폐지로 인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해소할 기회를 상실한다는 점에서 주주이익 훼손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