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주가는 이동훈 대표가 취임한 지난 3월 28일 6만1800원에서 19일 10만7400원으로 73.7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79만7000원에서 93만원으로 16.69% 상승했다.
상장 이후 만성 영업적자에 시달리던 SK바이오팜이 신약 성공과 함께 흑자궤도에 안착했다.
SK바이오팜 주가는 지난 5일 실적발표 IR 안내공시 이후 38% 이상 올랐다. 호실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올 2분기 실적은 매출 1340억원, 영업이익 260억원, 당기순이익 246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74% 늘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2020년 7월 상장 이후 영업적자를 겪었으나,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실적 안정화에 성공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성장을 이끌었다. 올 2분기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액은 1052억원으로 분기 사상 첫 1000억원을 돌파했다. 2분기 총매출 1340억원 가운데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액만 1052억원에 이른다.
세노바메이트 미국 처방 수 및 매출 현황. (사진=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총처방 수(TRx)는 뛰어난 효능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6월 누적 미국 세노바메이트 처방 수는 2만8000건을 기록했다.
이 신약은 기존에 약 효과가 없던 난치성 환자에게도 발작 조절 효과가 있어 미국에서 최고의 뇌전증 치료제로 꼽힌다. 임상결과 기존 치료제의 완전발작소실 비율이 5% 내외인 반면, 세노바메이트의 완전발작소실 비율은 28%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신발작 뇌전증 처방을 위한 임상 3상 연구 및 부분 발작 적응증의 소아·청소년 적용을 위한 아시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신약 약가가 낮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세노바메이트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통상 한국에서 낮은 가격에 신약을 출시하면 이후 다른 나라와 가격 협상이 불리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약승인을 받아 이듬해 5월에 출시했다. 회사는 세노바메이트 출시 이전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하고 미국 전역에 판매망을 구축해 직접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 2021년 3월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판권 계약을 맺은 동아ST를 통해 2026년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SK바이오팜 이익 성장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고환율 수혜가 더해지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엑스코프리 매출만으로 판관비를 상쇄하고 고정비를 커버해 본격적인 이익성장이 가능한 변곡점을 넘었다”며 “엑스코프리의 총처방 수(mTRx)는 올해 중 3만 건을 무난히 넘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엑스코프리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즉각적으로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2 nd product(다음 파이프라인)의 연내 도입이 기대된다”며 “SK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언급한 만큼 경영 내실화에 크게 영향은 받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훈 대표는 지난해 3월 SK바이오팜의 지휘봉을 잡았다. SK바이오팜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와 SK라이프사이언스랩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1968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삼성KPMG와 동아쏘시오홀딩스를 거쳐 SK그룹에 합류했다.
2019년 SK투자3센터장, 2021년 SK바이오투자센터장을 역임하며 바이오사업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을 지휘했다.
2022년 미국 CBM 등기이사를 지낸 후, 같은 해 12월 SK바이오팜과 SK라이프사이언스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대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술 수출 파트너십을 통해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세노바메이트 진출국을 확대하고 있다.
제2의 세노바메이트를 위해 인공지능(AI)과 외부협업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신약개발 AI 전문가 신봉근 박사를 인공지능/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AI/DT) 추진 태스크포스(TF)장으로 영입했다.
또한 마이크로RNA(miRNA) 기반 뇌 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보유한 유빅스테라퓨틱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미국 디지털 치료제 개발기업 칼라헬스와 협업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희귀 소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차세대 뇌전증 치료제 ‘SKL24741’, 항암 신약 ‘SKL27969’ 등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동훈 대표는 SK바이오팜의 영역을 뇌전증에서 중추신경계와 항암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올해 말쯤 넥스트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는 뇌전증 관련 제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안정적인 매출 구조는 주력 제품이 70%, 기타 다른 제품들이 30%를 차지하는 것”이라며 “2~3년 내 다음 제품이 나오고 이런 주기가 계속 이어지는 빅파마들의 사이클을 우리도 따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