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수혜 기대를 받던 넷넷 종목(net-net)의 주가가 8개월째 지진부진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밸류업에 동참하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22일 <주주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22일 시가총액 기준 유가증권시장 넷넷 종목 52개 가운데 지난 20일 종가와 비교했을 때 주가변동률이 0% 이하인 넷넷 종목은 32개였다. 넷넷 종목의 3분의 2가량이 주가가 하락하거나 제자리에 그쳤다는 뜻이다.
지난 1월 22일은 밸류업 상승장이 시작되기 직전 거래일이다. 당시 넷넷 기업은 주주환원 여력이 커 밸류업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넷넷 기업이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멘 그레이엄이 고안한 기업 평가법으로, 기업의 유동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한 금액이 시가총액보다 높은 기업을 말한다.
회사가 당장 영업을 정지하고 1년 이내로 자산을 유동화한 후 모든 부채를 갚아도 남는 ‘청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저렴해 주식을 거저 산다는 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보다 저평가 기업을 더 잘 골라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금 능력이 충분해 주주환원 여력도 크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8개월이 지나도록 주주환원을 늘리지 않았으며,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32개 종목의 평균 주가하락률은 10.41%에 이른다.
해당 종목의 평균 시가배당률과 평균 주주환원율은 각각 2.48%, 0.82%에 불과했으며,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 계획은 없었다.
이 가운데 23개 기업의 시가배당률은 기준금리인 3.50%보다도 낮았으며, 6개 기업은 아예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등 주주환원이 전무했다.
반면,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었던 소수 넷넷 기업 주가는 평균 17.19% 상승했다. 무학과 SNT홀딩스, 현대퓨처넷의 주가는 30% 가까이 상승했다.
무학과 동국홀딩스는 올해 중간배당을 도입했으며, SNT홀딩스, 현대퓨처넷, 오리온홀딩스, 영원무역홀딩스, 현대홈쇼핑은 증권가로부터 배당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주주친화기업으로 알려진 KPX홀딩스, KPX케미칼, 삼영무역의 주가도 상승했다.
이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하락한 종목보다 3%포인트가량 높은 5.42%였으며, 평균 주주환원율은 50.06%에 이르렀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처음부터 밸류업을 발표한다고 주가가 금방 오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단순히 몇몇 기업이 주주환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주주환원이 는다든지, 기업의 투자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증가하는 게 보이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개선될 때 효과가 난다. (정확한 중장기 기간은) 시장에 대한 예측이라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를 이렇게 올리겠습니다’하는 공시는 주주와 개별적으로 하는 것으로 이를 강제하는 시장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지배주주가 있어 예전에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을 갑자기 늘리는 것에 나서기 어렵다”며 “(또한) 기업에서는 (밸류업을) 발표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부담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