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쥬란’으로 유명한 제약사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이 무산됐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기존 에스테틱 사업을 맡는 신설 법인 ‘파마리서치’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파마리서치측은 “분할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그리고 소통의 충분성이 부족했다는 의견 등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파마리서치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데는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꼼수라는 기관투자자들의 지적도 한몫했다. 여기에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파마리서치가 뒤늦게라도 소액주주들과 투자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만약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을 고집했다면 소액주주들과 투자자들은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피할 수 없고, 회사측도 각종 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파마리서치는 “기업 의사결정은 전략적 필요나 법적 타당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깊이 있는 신뢰 기반의 주주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경영진의 판단 못지않게 주주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파라리서치가 밝힌 대로 주주와의 소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족이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마리서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이 중 2명이 지배주주이자 창업자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의 자녀라는 점이다. 또 다른 정씨 일가 1명도 사내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정 회장 본인을 포함해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4명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주주의 이익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가족형 이사회 구조다.
요즘 많은 기업들은 주주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도 외부 인사인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고 있다.
파마리서치가 진정으로 주주와 소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가족 이사회’부터 해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