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 부사장. (사진=한화갤러리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공개매수한다. 김 부사장의 유통 사업부문 승계가 확실시됐으며, 추후 삼 형제의 계열분리 가능성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배주주가 개인 지분을 늘리자, 배당 확대 기대로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오랜만에 상승세로 바뀌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내달 11일까지 한화갤러리아 주식 3400만 주(지분율 17.54%)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한다. 이는 최근 1개월 평균 종가보다 약 34%, 공시 직전 거래일인 지난 22일 종가보다 약 23% 할증된 가격이다.

공개매수 후 김동선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지분은 기존 2.32%에서 19.86%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업계는 김동선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내 입지 다지기에 들어갔다고 해석하며, 추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계열분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다. 오너 3세까지는 형제간 우애가 좋다고 해도 오너 4세로 가면 모를 일”이라며 “중요한 건 지분이며 오너 3세 형제들이 개인의 입지를 위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타계 후 한화를 인적분할 해 LG와 효성처럼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동선 부사장의 이번 공개매수는 한화갤러리아를 찜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은 ‘옥상옥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 지분을 승계받을 전망이다. 옥상옥 지배구조는 지주사 위에 비상장 회사가 있어 비상장 회사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지배구조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화에너지 지분구조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 김동관 부회장 50%,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25%, 셋째 아들 김동선 부사장 25%로 구성됐다.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 지분율을 기존 9.70%에서 14.90%로 5.20%포인트 늘리며 지주사격인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

현재 구도로 보면 한화에너지 지분 절반을 보유한 김동관 부회장이 다음 그룹 총수로 유력하다. 또한 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에너지 계열사, 김동원 사장이 금융 계열사,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 계열사를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선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비(非)유통 신사업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그는 현재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한화넥스트 사업부문장 등을 담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유통 부문에 관심이 있는 김동선 부사장이 내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분할된 한화정밀기계와 지난달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한화모멘텀을 넘겨받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 투자자들은 지배주주의 개인 지분 확대가 배당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김동선 부사장의 파격적인 공개매수 소식에 지난 23일 전 거래일 대비 15.96% 상승한 1511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지난 26일에도 1500원대를 유지했다.

배당 수익률이 더 높은 우선주는 2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선주 주가는 지난 22일 2410원에서 지난 26일 4065원으로 68.67% 치솟았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는 승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공개매수는 회사가 아닌 개인차원의 일로 회사에서 주주환원을 더할 것이라는 답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