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전국 매출 1위인 경기도 용인시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스타필드 마켓’은 이마트 아래 있으며 규모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데서, 신세계프로퍼티 아래에서 일정 면적과 매장 수가 정해진 ‘스타필드’와 차이가 있다.

정용진 회장 부임 반년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마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주경제신문>이 ‘스타필드 마켓 1호 죽전점’의 첫 오픈 현장을 다녀왔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 1층에 위치한 북 그라운드. (사진=김나경 기자)

오픈 전인 오전 9시 40분, 사람들은 벌써 매장 입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앞에서 오픈런 줄을 서고 있었다. 이날 500개로 한정된 머그잔 상품을 받기 위해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입구에 핵심 매장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투어를 돌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딱 커피 한 잔만 사러 들어왔다가 마켓 안에서 몇 시간을 뚝딱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일단 앉을 곳이 정말 많다. 스타벅스 바로 앞에는 스타필드의 시그니처 ‘별마당’과 비슷한 ‘북 그라운드’가 위치했다. 딱히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그냥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테이블도 높아 노트북 작업도 가능하다.

한 가지 의문인 점은 ‘북 그라운드’에 배치된 책이 임직원과 주민들에게 기부받은 책이란 것이다. 매장 제품을 직원과 고객에게 받아 낸 셈이다.

‘스타벅스’와 ‘북 그라운드’ 바로 옆에는 영풍문고가 있었다.

티니핑 팝업스토어와 골프존마켓. (사진=김나경 기자)

‘스타필드 마켓’의 특징을 꼽으라면 전 연령층과 남녀를 모두 저격했다는 점이다.

이날 ‘스타필드 마켓’은 평일 오전임에도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층 입구 부근에서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일명 ‘파산핑’으로 불리는 깜찍한 ‘티니핑’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었다. 팝업스토어 앞은 놀고 있는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층에는 유아휴게실이 있었다. 수유 시간이 된 아기들이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이유식을 먹는 아기들이 앉을 수 있는 쿠션의자도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유아휴게실 바로 옆에는 약국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반대쪽 끝에는 소아과 병원도 있어 응급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

2층 한 가운데 위치한 ‘키즈그라운드’에서는 아이들이 앉아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아트박스와 다이소, 키즈카페에는 십 대들이 북적댔으며, 중년 남성들은 골프존마켓에서는 골프채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스타필드 마켓’에서 느꼈던 점은 괜찮은 물건을 괜찮은 가격대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외관이 화려해도 결국 살만한 물건이 없으면 고객은 돌아서기 마련이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매장의 본질이다.

젊은 층을 겨냥해 실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비싸게 파는 매장이 많았던 모 쇼핑몰과 달리 가족 단위로 오기 좋은 ‘스타필트 마켓’은 무난한 상품을 중저가에 팔고 있었다.

이마트 내 수산물 코너. (사진=김나경 기자)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마트는 식료품에 포커스를 맞췄다. 기존에 마트 내 의류 브랜드 매장 등은 지상 위로 올려 임대 매장 형식으로 운영한다.

가을 전어와 꽃게 같은 제철 음식 코너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줬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락과 다이어트 식단 등이 마련된 ‘그랩앤고’ 코너도 따로 마련됐다.

이커머스 기업들의 사건사고에 피로감을 느껴 모 회사 회원을 탈퇴했더니, 막상 질 좋은 식료품을 살 곳이 근처에 없어 당황했던 기자로서는 이런 오프라인 매장이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이마트 상품은 대부분 할인가였으며, 스페셜 할인 코너인 ‘홀세일존’도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와 신세계백화점으로 갈 수 있는 이동 통로. (사진=김나경 기자)

신세계 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다.

1층 신세계백화점 아울렛 격인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 매장에서는 시즌이 지난 명품 등 백화점 상품을 싸게 팔고 있었으며, 매장 내 통로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의 거리가 멀어 늘어나는 인구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과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죽전점 상권에 들어온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상권에 들어온다고 해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하다. 주차 공간이 수용객보다 협소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방문한 40대 남성 고객은 “근처에 살지만 아이가 있어 꼭 차를 타고 와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 주차하기가 힘들었다”며 “리뉴얼해 깔끔해져서 좋긴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아직 뭐가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탄 셔틀버스도 마켓 오픈 전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 기자들을 길에 내려주려 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의 성과를 확인한 후 향후 대형점을 중심으로 ‘스타필드 마켓’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통상 매출이 객 수 곱하기 객단가로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마트는 매출이 쇼핑 경험과 구매 의사 결정으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며 “쇼핑에 휴식과 체험이 곁들어진 여유 공간 제공에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