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양사는 주주서한에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모자회사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라는 효익을 추구하고자 했으나, 이사회 결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의 필요성과 적절성과 관련한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따른 승인 절차 등 포괄적 주식교환의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계약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양사의 이사회에서는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양사의 정책·기조, 포괄적 주식교환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거래 성사 가능성의 하락, 기관투자자의 부정적인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철회 결정은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은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그룹의 캐시카우 기업이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530억원에 192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 상태였다. 양사의 주식 교환 비율이 1대 0.63으로 산정되면서 두산밥캣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의 압박도 두산그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두 차례에 걸쳐 두산그룹의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며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해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두는 1단계 개편안은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부담을 덜고, 비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해 5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해제 발표에도 소액주주들의 비판은 이어졌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했다고 해서 이 사건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기존과 달라지는 게 없고, 기존 안대로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룹 입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를 설득해야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사라지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