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하향하면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 완급조절을 시작하면서 관세 관련 우려도 덜었다. 이에 업계는 강달러와 대출부진 우려를 덜어낸 만큼 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리고,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로써 미국은 주요 신용평가 3사로부터 모두 최고등급을 상실하게 됐다. S&P와 피치는 각각 2011년, 2023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달러 약세에 가속도가 붙으며,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15일) 1415.80원에서 1399.60원으로 하락했으며, 오늘(20일)까지 1300원 후반대를 유지 중이다.
업계는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 예상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디스의 미국 신용평가 하향은 S&P에서 14년 전 미국 신용평가를 하향시켰듯 기존에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사후에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기존 신용등급이 미국의 재정적자 등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은 이미 자본시장에서 있었던 걱정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자는 미란보고서나, 미국과 다른 나라 간의 무역 협상에서 환율이 또 다뤄졌다는 점 등에서 달러 약세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 같지는 않다”며 “신용등급 강등 때문에 원화 강세로 간다고 보기는 어렵고, 분위기가 약달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가속화 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2분기 1400원, 하반기 1370~1380원 정도로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금융기관 수혜도 예상된다.
앞서 금융기관은 강달러로 인해 외화자산 건전성이 악화돼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협상 여파 우려도 완화되면서 금융기관 실적 우려도 줄었다. 관세전쟁으로 산업 환경이 악화돼 주요 수입원인 대출 분야가 부진해질 것이란 걱정을 덜게 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 협상에서 중국에 부과한 추과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낮추며 관세정책 완급조절에 나섰다.
이와 관련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관련 우려의 완화와 더불어 원화 강세에 따른 은행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