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개별 평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대 그룹 지주사 중 절반 가까운 기업들이 여전히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갖춘 기업 중에서도 평가 주체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경우가 존재했다.
22일 10대 그룹 지주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LG, 롯데지주, HD현대, GS 등 총 5곳만이 사외이사 개별 평가 제도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부터 사외이사 개별 평가를 도입했다. 연 1회 실시되며, 5명의 사외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 형식의 본인 및 상호 평가가 이뤄진다. 평가 항목에는 전문성, 참여도,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
LG는 이사회 사무국, 인사부서, 사내이사 등이 평가에 참여한다. 이사회 참석률, 실효성 있는 제언 여부,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자문 능력, 감사위원으로서의 리스크 감시 기여도 등 정량·정성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가 이뤄진다.
롯데지주는 정량(회의 참석률, 위원회 활동 등)과 정성(전문성, 기여도 등) 기준을 모두 반영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활동 전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평가 주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HD현대는 지난해 2월 평가 제도를 도입해 자가 평가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회의 참석률, 전문성, 이해도 등이 주요 항목이다.
GS는 매년 초 이사회 및 사외이사의 전년도 활동에 대해 자가 평가를 시행한다. 성실성, 윤리의식, 지식, 기여도 등 12개 항목에 대한 정량(4점 척도) 및 정성평가로 구성돼 있다.
반면 SK, 현대모비스, 포스코홀딩스, 한화 등은 사외이사 개별 평가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와 현대모비스는 이사회 차원의 평가는 진행 중이나, 사외이사 개별 평가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말 파일럿 평가를 거쳐, 오는 2026년부터 정식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제도 미도입 사유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의사 개진 보장”,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침”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의 책임과 권한이 점점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장치로서 평가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국민연금 등도 사외이사 개별 평가 제도의 도입과 운영을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발표한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기금 책임투자 방향'에 따르면, 사외이사 평가 시에는 자기 평가, 상호 평가, 외부 평가 등을 활용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입 기업 가운데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경우가 존재한다. HD현대와 GS는 평가를 자가 평가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LG는 내부 직원이 평가 주체로 참여하고 있어 독립성 훼손 여지가 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회사 내부 직원이나 임원이 아닌 사외이사 간 상호 평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