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세계 1위 권선 제조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Furukawa Magnet Wire)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과거 나스닥에 상장됐다가 폐지된 기업이 국내에서 재상장을 시도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오는 9월 한국거래소에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목표 기업가치는 2조~4조원, 공모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구주 매출 없이 100%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 → LS I&D → 슈페리어 에식스(SEI) → 에식스솔루션즈로 이어지는 해외 고손자회사 구조다.

지난 1월 진행된 프리 IPO(기업공개)를 통해 미래에셋-KCGI 컨소시엄이 약 20% 지분을 확보했으며, LS그룹의 지분은 현재 약 80%다.

프리 IPO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투자 규모는 2억달러(약 2900억원)였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10억달러(1조4500억원)로 평가됐다.

에식스솔루션즈의 전신인 슈페리어 에식스는 1930년 설립된 미국 전선 회사로, 2008년 LS그룹이 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나스닥 상장을 폐지했다. 이후 비상장 상태에서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해왔다.

2020년에는 일본 후루카와 전기와 합작해 글로벌 권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으며, 2024년에는 해당 지분을 전량 인수해 그룹 내 권선 사업을 수직계열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세계 권선 시장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그래픽=챗GPT]

LS그룹이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전기차용 특수 권선 시장 공략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에 활용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구동 모터에 사용되는 특수 권선은 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첨단 기술력이 필요하다.

에식스솔루션즈는 현재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을 제외한 북미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5년 내 북미 시장 점유율 70%, 유럽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IPO는 구주 매출이 없는 100%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가 현금을 확보하는 구조는 아니다. 따라서 지분율 희석은 발생하지만 회사가 직접 성장 재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불이익은 적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LS는 순수 지주사로 별도 사업이 없는데, 자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배당과 실적이 올라간다”며 “LS일렉트릭의 주가 상승이 LS 지주사 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방식이 아니어서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컸던 ‘쪼개기 상장’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같은 관계자는 "최근 물적분할 중복상장 이슈로 기업들이 IPO를 꺼리는 분위기인데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이 과거 인수한 해외 자회사로, 기존 사업부를 분리하는 물적분할 방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자회사 동시상장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 시각에서는 지주사와 자회사의 가치가 이중 계산되는 리스크가 남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모자회사 동시상장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금지 규정은 없지만, 기업가치 저평가와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다.

LS그룹 관계자는 "3분기 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