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콜마그룹 부자가 전격적으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콜마그룹 창업자인 윤동한 회장과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지 대표는 아들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지난 4월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업계 및 콜마그룹에 따르면 윤 회장과 윤 부회장은 지난 12일 서울의 모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한 것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올 4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윤 부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남에서 윤 부회장은 아버지 윤 회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제기한 소송의 취하나 그룹 경영권 등에 대한 대화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콜마그룹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독대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윤 회장에게 사과하고, 윤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받들어 그룹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윤 회장은 윤 부회장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식사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사진 왼쪽부터), 윤여원 콜마BNH 대표,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사진=콜마홀딩스]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윤상현 부회장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동생인 윤여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콜마비앤에이치를 상대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제기했다. 자회사인 콜마이앤에이치의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사내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윤 부회장은 사내이사 후보로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추천했다.

이어 윤 부회장은 5월2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윤 대표측이 사내이사 추가 선임을 거부하자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이후 대전지법이 윤 부회장이 요청한 콜마비앤에이치에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하자, 윤 회장과 윤 대표는 이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윤 부회장과 콜마홀딩스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앞서 윤동한 회장은 지난 5월 윤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윤회장은 2019년 두 남매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콜마그룹의 계열 분리를 전제로 하는 ‘3자간 경영합의’를 맺었는데, 윤상현 부회장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체결한 경영합의서에는 그룹 핵심 사업인화장품과 제약을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장녀 윤여원 대표가 맡는 것으로 영역을 나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콜마홀딩스와 콜마BNH의 대표, 감사 등 경영진 7명이 공동 서명, 날인한 공식경영시스템이자 지배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약속이다”고 덧붙였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또한 윤동한 회장은 지난달 29일 대전지방법원에 콜마홀딩스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윤 회장과 딸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김치봉 콜마비앤에이치 전 대표, 김병묵 콜마비앤에이치 전 대표, 유정철 콜마비앤에치 부사장 등 8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담겼다. 사외이사 2명의 선임도 요청했다.

현재 윤상현 부회장, 문병석 기술연구원장, 원재성 재무그룹장 등 3명으로 이뤄진 콜마홀딩스 사내이사진을 윤 회장측 인사들로 개편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콜마홀딩스는 콜마그룹의 지주회사로, 한국콜마(화장품·제약)와 콜마BNH(건강기능식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31.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과 윤여원 대표는 5.59%, 7.45%를 각각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으로 윤동한-상현 부자간 화해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양측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