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솔루엠이 지난달 발행한 112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둘러싸고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생산거점 확충을 위한 자금조달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향후 승계 작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솔루엠은 지난달 약 1120억 원 규모의 RCPS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이번 RCPS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기존 발행주식의 약 14.3%에 해당하는 700만주가 새로 시장에 공급된다.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의결권 비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RCPS는 돈을 돌려받을 권리(상환권)와 보통주로 바꿀 권리(전환권)를 동시에 가진 우선주다.
발행 당시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보통주로 전환되면 의결권이 생기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
솔루엠은 이번 RCPS 발행으로 조달한 1200억원을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 및 신사업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멕시코 생산 법인 확충, 동유럽·아세안 지역 판매 거점 설립 등에 자금이 투입된다.
회사의 입장과 달리 소액주주들은 이번 솔루엠의 RCPS 발행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논란의 핵심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다. 솔루엠은 RCPS 투자자들과의 계약을 통해 전성호 대표가 RCPS 물량 일부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1만7108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현재 주가(약 1만6600원)와 큰 차이가 없지만, 과거 주가가 3만 원을 넘었던 고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회사가 과거 자사주를 매입했던 평균단가(1만9429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콜옵션은 RCPS 발행 1년 이후 행사 가능하며, 전 대표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권리 양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편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IB 업계에 따르면 솔루엠은 핵심 사업인 전자식 가격표시기(ESL) 사업의 분할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ESL 사업은 차남 전세욱 상무가 맡고, 신설되는 지주회사는 장남 전동욱 상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윤태준 액트 소장은 "RCPS는 조합 형태로 배정돼 개별 투자자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최대주주의 우호 세력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전 대표가 추후 지분을 자녀에게 넘길 경우, 이들 우호 세력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아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데, RCPS는 투자자에게 훨씬 많은 권리를 보장하는 구조여서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반길 수 없는 방식"이라며 최근 1~3년간 주가 흐름을 보면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전환가격 프리미엄 역시 사실상 명목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솔루엠은 공시를 통해 "ESL 분사 관련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따라서 승계 관련 보도도 사실 무근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