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인 '운임 인상 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대형 항공사의 합병으로 경쟁이 느슨해져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30여개 노선 중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광주-제주 등 4개 노선에서 인상 한도를 1.3∼28.2% 초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 비즈니스석 운임을 28.2%나 초과해 인상했다.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비즈니스석도 12.5% 초과 인상했다. 인천-로마 노선에서는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각각 2.9%, 8.4% 각각 초과 인상했다. 광주-제주 노선은 일반석 운임 인상이 한도보다 1.3% 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거대 항공사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운임을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인상한도(2019년 평균운임 + 물가상승률)를 설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 1분기 초과 운임 인상으로 더 받은 운임은 약 6억8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에 이행강제금 121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행강제금은 사업자들간 기업결합시 경쟁제한을 우려해 내려진 시정조치가 불이행될 때 내려지는 금전적 제재이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기업결합 이행강제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시정조치 준수기간은 10년(2024년 말~2034년 말)으로, 공정위는 시정조치의 이행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운임 인상 한도를 위반한 데 대해 고의가 아니고 새로 도입한 운임 인상 한도 관리 시스템의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올 2월 9개 노선에서 운임을 더 받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뒤 1분기 평균 운임을 낮추려고 여러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을 최대 98% 할인된 단돈 20만원에 파는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결국 4개 노선에선 한도를 넘어섰다는 해명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총 31억5000만원을 소비자에게 환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초과 운임을 받은 4개 노선 전체 승객에게 전자 바우처 10억원어치를 지급하고, 3개 국제노선에서 7억7000만원 규모의 특가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전체 노선을 대상으로 2만원 할인 쿠폰 5만장(10억원어치)을 배포하고, 인기 노선인 런던·이스탄불 노선에선 3억8000만원 규모의 할인 판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에 부과된 시정조치의 핵심적인 사항 하나를 첫 이행 시기부터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위원회 결정 취지를 존중하며 처분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