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그룹이 유동성 악화로 매각했던 페럼타워를 10년만에 다시 사면서 구조조정의 아픔을 씻게 됐다.
동국제강은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Ferrum Tower) 매수를 의결했다. 이어 페럼타워 소유주인 삼성생명과 서초사옥에서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격은 6450억600만원으로, 오는 3분기 잔금 납입 등 매매절차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그룹의 상징과 같은 건축물이다. 1954년 영등포구 당산동 공장에서 시작한 동국제강그룹은 1974년 당시 을지로 소재 3층 규모 옛 청계초등학교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2007년 재개발을 위해 잠시 떠날 때까지 33년간 본사로 사용했다.
동국제강그룹은 2010년 8월 사옥 신축을 마무리하고 재입주했다. 신사옥은 3749㎡(1134평)의 대지에 지하 6층·지상 28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철강그룹의 정체성을 반영해 라틴어 철(Ferro)을 담아 ‘페럼’(Ferrum)으로 정해졌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그룹의 상징이면서 구조조정의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동국제강그룹은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조정을 겪으며 2014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동국제강-유니온스틸 통합 ▲유아이엘 매각 ▲후판사업 재편 등 구조 변화에 이어 2015년 4월에는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다음해인 2016년 졸업했다.
이후 동국제강그룹은 철근·형강·컬러강판 등 수익성 중심의 철강사업 포트폴리오로 전환했다. 사업 재편을 지속하며 ▲중국법인(DKSC) 정리 ▲브라질 CSP 제철소 매각 등 불확실성을 줄이고 핵심역량을 강화했다.
2015년 말 투기등급(BB+)이던 신용등급은 2023년 BBB+(안정적)까지 올랐고, 부채비율도 동기간 136.8%에서 99.0%까지 37.8%p 개선했다.
동국제강의 페럼타워 매입은 동국제강그룹이 10여년간 추진해 온 사업 구조 개편에 마침표를 찍고, 재도약을 위한 ‘내실 있는 성장’으로 전환함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동국제강그룹은 2023년 6월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철강법인 동국제강·동국씨엠 2개사로 분할하며 그룹사로 구조를 다시 갖췄으며, 이번 사옥 매입으로 그룹의 통합 시너지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 중구 수하동 동국제강그룹 본사 페럼타워 전경. [사진=동국제강그룹]
동국제강은 건실한 재무적 체력을 기반으로 중심업무지구(CBD) 빌딩 자산 운영 등 업황 민감도가 낮은 안정적 사업 기반을 확보함에 따라, 수익성 개선 및 향후 시장가격 상승을 통한 투자자산 가치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페럼타워 매입을 계기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동국 헤리티지를 계승하고, 내실 있는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