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50대 그룹 중 36곳의 지분구조가 최근 1년새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에 달하는 지분이 상속 또는 증여되면서 지분구조에 변화가 일어났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상위 50개 그룹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보유 주식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9783억원 규모의 상속·증여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그룹은 한화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올 4월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 보통주 848만8970주(4087억원 규모)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김 회장이 증여한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4.86%), 김동원 사장(3.23%), 김동선 부사장(3.23%)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증여 이전 18.8%에서 42.8%로 껑충 뛰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도 올 5월 자신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전량(1751억원 규모)을 딸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했다. 증여 후 정 회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29.2%로 올라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효성그룹은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잔여 재산이 가족들에게 상속되면서 지분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조 회장의 지분이 상속되면서 장남인 조현준 회장의 ㈜효성 지분은 22.59%에서 33.03%로 높아졌다. 조 회장은 부친이 보유했던 효성 주식을 전부 상속 받았다.

효성티앤씨 지분도 14.59%에서 20.32%로 늘어났다. 효성중공업은 5.84%에서 14.89%로, 효성화학은 7.37%에서 12.40%로 각각 증가했다.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의 경우 효성첨단소재 지분율이 12.21%에서 22.53%로 높아졌다.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도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의 주식을 고루 상속 받았다.

LG그룹에서 독립한 LX그룹의 구본준 회장은 올 3월 ㈜LG 주식 157만3000주(1057억원 규모)를 장남인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증여했다.

정몽진 KCC 회장 역시 동생인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아내와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정몽익 회장도 정몽진 회장의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졌다.

최근 1년새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재계 총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0%)를 사재를 들여 매입했다. 매입가는 주당 7만6800원으로 2140억8600여억원이 들어갔다. 정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율은 28.56%로 높아졌다.

넥슨 총수인 유정현 NXC 의장의 두 딸 김정민김정윤 자매는 각각 1650억원을 들여 유한책임회사인 와이즈키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최근 1년새 주식을 가장 많이 판 재계 총수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효성중공업 주식을 3284억원에 팔았다. 이어 유정현 NXC 의장(3203억원), 이명희 총괄회장(225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